상담 일지 1) 내 마음의 문제를 분석해 보다
나에게 맞는 adhd 약물을 찾고 인생에 광명을 찾았다.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다. 하지만 adhd 증세가 개선되었다고 해서 마음의 병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전까지 축적되어 온 마음의 문제로 인해 이미 정신적으로는 삶의 바닥까지 추락하기 직전이었다.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며 살아가는 삶이었다. 죽음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은 삶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adhd에 대한 유튜브 명상을 보던 중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adhd에게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고 상담을 찾기 시작했다. 제발 살고 싶다는 심정으로 여러 후기를 찾아본 후 심리 상담사 한 분을 컨택해 치료를 시작했다. 2021년 12월 그렇게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의 2번째 세션에서는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시행한 검사의 결과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크게 문장 완성검사와 HTP 그림 검사 2개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상담사님께서는 나의 검사 결과를 보시면서 많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문장완성검사
문장완성검사에서 나는 전반적으로 전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묵묵히 힘듦을 견뎌왔다는 것을 장점으로 여기라고 상담사님께서는 말씀해 주셨다.
문장완성검사에서 드러난 나의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사랑에 대해 순정적이다. 그래서 더 우울의 늪에 빠지기 쉽다.
사랑에 있어서 순정적이다. 그래서 우울의 늪에 빠지기 쉽다.
이 2 문장은 서로 상충되는 것 같은데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었다. 솔직히 당시의 나로서는 꽤나 충격이었다. 사랑에 순정적인 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사랑이 변화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불변하고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존재했다. 전 연애 이후의 우울증은 상대의 행동 자체보다 나 자신의 사고의 틀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사랑하는 사람은 배신하지 않아야 한다,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라는 나의 사고의 틀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옳다고 믿는 가치관의 틀이 견고할수록 우울에 빠지기 쉽다. 깨지지 않는 강한 가치관일수록 본인을 더욱 우울의 늪으로 빠뜨린다. 이것이 나에 대해 공부 잘하는 나, 운동 잘하는 나 등으로 규정짓는 것 또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2. 자존감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존감은 능력과 무관한 개념이다. 대안이 존재하지 않을 시 본인의 능력과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있는 그대로 본인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나의 기능을 그곳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자존감은 높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존감은 높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ADHD이든, 다른 장애가 있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3. 본인의 강력한 여성상이 존재한다.
나는 문장 완성 검사에서 '내가 바라는 여인상은 없다'라고 작성하였다. 하지만 상담사님께서는 분명히 강한 여성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를 기다려주고, 배신하지 않는 여인의 나의 여인상이었던 것이다.
사랑은 있는 그래도 봐주는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 내면에는 강고한 틀이 존재한다. 이상과 현실의 극단적 괴리가 지속적으로 보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사랑에 대한 강한 사고의 틀이 여성에게도 적용되었던 것 같다.
4. 본인을 비난하는 소리가 주로 어머니와 전 여자 친구에게서 보인다.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주로 어머니와 전 여자 친구에게서 보였다. 나의 여인상과 결부된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상대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내가 나에게 가진 부정적인 생각이 타인에게 향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타인에 대한 미운 감정을 해소하려면 내가 나와 건강한 소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어머니께 가진 오랜 세월의 미운 감정이 다소 해소되는 멘트도 들었다. ADHD 자녀들은 보통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머님들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시고 그에 따라 우울함도 생긴다는 것이다. 나 키우느라 어머니도 꽤 고생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 같다.
5.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질투의 감정이 보인다.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질투의 감정이 보인다. 본인은 그 사람이 말을 심하게 해서 나랑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생각의 밑바닥에서는 질투라는 감정이 있다. 감정이란 내면의 생각을 전달하는 정보원이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ㅇ니 감정을 나에 대한 힌트를 전달하는 정보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타인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새로운 통찰이었다.
6. 어린 시절의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주지 않는다.
ADHD 시절로 고생한 어린 시절의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주지 않는다. 인정과 격려가 필요하다. 실제 ADHD 아동을 복지 시설에서 보게 되면 기본적으로 과잉 행동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앞의 친구를 주먹으로 때린다든지 (난 이유 없이 욕설한 적이 있었다) 여자 선생님에게 대놓고 씨발년이라고 욕을 한다던지... 적절히 통제가 되지 않는 자녀로 인해 부모 또한 스트레스와 우울에 빠지게 되어 더 악순환에 빠진다. 그에 비해 ADHD로서의 나는 굉장히 특출 난 사람이다. 남들의 10-20배의 고통을 견디고서 그만한 성취를 이루어낸 것은 분명히 격려하고 칭찬해야 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고 하자. 반전이 일어난다.
그림검사
HTP 검사라고 해서 나의 정신적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그림 검사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현재 기억나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외부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심리적 자원이 없음
나는 외부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알지 못해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세계와의 구체적인 접촉이 없으며(대인 관계 측면일 수도) 대체할 만한 심리적 자원이 없었다. 스트레스가 많고 그 상황에서 그저 울며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2. 충동성이 보임
사람을 한 획으로 그리는 데서 ADHD 특유의 충동성이 보였다.
치료의 방향
이 세션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의 중요한 변곡점이기도 했다. 나의 마음에 대해서 무지했던 ADHD가 전문가의 도움으로 객관적으로 나를 알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 정신적 고통의 상당수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적어도 난 당시 현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꽤 벗어날 수 있었다.
치료의 방향은 2가지 측면으로 진행되었었다.
1.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기
2. 명상을 통해 감정을 이완하고 인지를 건드려주기.
상담을 한 1년 반동안 1은 많이 변화하였다. 사실 2는 상담에서 방향성만 설정받고 실제 내가 깊게 경험하진 못했었는데 이는 상담이 끝나고 1년도 더 지나서 우연히 그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 상담도 벌써 4년 전이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 글을 작성하니 지금의 내가 얼마나 성숙해지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현재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상담만으로 그것이 다 가능해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담이 내게는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 상담소 관련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