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을 했으니 웨딩홀부터 알아보자
평생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동반자가 생겼으니 더이상 미룰게 없었다.
따로 사는게 오히려 돈낭비 시간낭비!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바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점집에 가서 날을 받아오거나해서 정해진 날짜를 기준으로 웨딩홀을 알아보는 커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보통 1년 전에 원하는 날짜로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점심시간대를 선점한다.
하지만 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게 일단 보증인원이 안된다는 서글픈 이유가 있다. 이 시간대의 대관료는 배가 비싸지기도 하지만 보증인원도 엄청 높다.
우리는 둘이 합쳐 200명도 다 올지 걱정하는 판국에 황금시간대는 어림도 없었다.
150명정도 규모의 작은 웨딩홀을 알아보려고도 했지만 내가 원하는 소박함에서 너무 가버린 탓에 미처 선택은 못했었다. 고민은 많이 했으나 내가 정한 답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뿐 사실 답정너였다.
내가 원하는 곳은 예전부터 딱 4군데였다.
신도림라마다, 영등포 웨스턴베니비스, 합정 시그니처, 여의도 더파티움였다.
신도림 라마다는 내가 그쪽 동네에 청춘을 보내서 편한 탓에,
영등포 웨스턴베니비스는 새로 생겼고 자주 지나가는 곳이어서,
합정 시그니처는 매주 데이트하러 자주 가던 곳이라는 단순한 이유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 웨딩홀 선정 기준이 보통 교통이 편해서 하객들이 오기 편한곳, 보통 강남에서 메이크업샵 드레스샵 이용들을 많이 해서 동선이 편해서? 혹은 그냥 많이 하니까? 등등 갖가지 이유들이 있는거 같은데-
확실히 웨딩에 관련된 모든 샵들은 청담 압구정 쪽에 몰려있어서 강남의 웨딩홀에서 하면 오고가고 편리하긴 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익숙한 곳에서 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여기에 마침 날짜가 비어있었고 합리적인 가격이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가미되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11월에 웨딩홀 투어를 다녔다.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는 내년 봄 그러니까 23년 3월에서 5월이면 좋겠는데 무조건 이때만 하자고 정한게 아니었다. 이왕 5월정도면 좋겠고, 6월은 장마가 있어서 6월 초 아니면 피하고 싶고, 아님 7월이 좋은데 7월은 내 생일이 껴있으니까 피하고 싶지만 어쩔수 없다면 7월로 할게요 라는 꽤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다.
이런 조건을 가지고 총 3주에 걸쳐 주마다 각각각 3개+3개+1개 총 7곳을 돌아다녔다.
여의도 루나미엘레, 여의도 더파티움, 마포 서울가든, 영등포위더스, 영등포웨스턴베니비스, 합정시그니처, 신도림 라마다 이렇게 투어 예약을 했고 첫 웨딩투어를 간 곳이 여의도 루나미엘레이다.
음~와 이쁘다. 로비에서 한강이 보인다. 흠.. 뷔페가 아닌 동시예식으로 양식 혹은 중식코스네, 맛은 보장한다니 머.. 신부대기실이 크다. 자연광이 들어올수 있도록 자동커텐으로 열고 닫을수 있네, 신기하다 조금 카펫이 올드한 부분이 있네 오~가격은 우리 예산에 들어오네 생각보다 괜찮다 찜.
그 다음 기대했던 여의도 더파티움.
신부대기실 꽃이 정말 이쁘다 근데 루나미엘레보다 많이 작네, 아 한식상차림에 세미뷔페로구만, 왜 자꾸 예랑이는 한식상차림은 혼자 온 사람이 불편하다는거야(한달후 내가 여기 혼자 하객으로 왔는데 뻘쭘하더이다, 다른 하객은 자꾸 자리 옮기라고 한다고 직원한테 성을 냄)지하홀은 뒤에 스크린이 엄청 크네 홀이 넓다 2층을 가볼까? 여긴 신부대기실이 거의 홀처럼 크네 오히려 2층 홀이 작아보인다. 2층 홀은 인테리어가 너무 내 스타일인데 뭔가 단촐한 생각이 드네 하객수가 우리보다 적은 사람들이 하면 제격이겠다. 오오 이쁘다 루나미엘레랑 너무 다른 스타일이라 고민되네 가격도 예산안에 들어왔고 흠~
이런식으로 정확한 기준없이 전체적인 분위기, 서비스, 내가 느끼는 감정, 불편한 점의 여부, 예랑이의 의견등 종합해서 결론낸 것이 바로 합정시그니처였다.
생각보다 웨스턴베니비스는 비쌌고 라마다는 생각보다 견적이 저렴했으며 시그니처는 모든 조건을 다 어느정도 충족하는 곳이었다. 만약에 하루에 이 세곳을 다녀올수 있었고 조건이 맞았다면 난 아마 신도림 라마다를 했을 것 같다
사실 합정 시그니처도 아무때나 전화해서 예약할수 있는게 아니고 매주 월요일 오전 몇시에 열리는데 A플래너가 한 30번인가 전화시도를 한 끝에 겨우 예약한 곳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제일 인기있는 곳이 신도림 라마다인 것 같다.(B플래너가 실패한것일수도) 예약을 3주 동안 시도해서 겨우 마지막에 잡았던만큼 예약하기도 어려웠거니와 일단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가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늦은 오후여서 좀 애매해서 많이 아쉬웠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예약을 했기 때문이겠지 뭐 홀도 3개 있고 크니까?
결론은 시그니처에 마침 5월 중 그나마 괜찮은 시간대가 하나 남아있었고 조건이 좋아서 예약함으로써 기나긴 웨딩홀 투어를 끝냈다. 하루정도 진하고 깊은 고민을 하고 결정하고도 잘한걸까 걱정도 됐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그날이 길일이라고 알려준 실장님 말에 조금 운명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렇게 우여곡절끝에 날짜가 정해졌으니 이제 그 유명한 스드메준비를 시작해볼까.
주절주절 내생각
아니 정말 웨딩홀 고르는것도 힘든일이었다.
하객신경써야지 교통신경써야지 날짜시간신경써야지 등등
아니 난 친구들 지인들 결혼식 가면서 교통 구려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고 시간늦어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고 밥이맛없어도 그런가보다했다. 좋은 마음으로 축하해주러 가는거고 초대해줘서 고마운거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는거라 딱히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준비할수록 교통안좋으면 욕먹어 시간대 늦어도 욕먹어 일요일이면 욕먹어 맛없으면 욕먹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나뿐인 결혼식이고 축하를 해주러 가는건데 그게 그렇게 욕할일인가. 축하를 해주러 가는데 왜 욕을 하는가. 이래저래 불편함을 느낄순 있지만 나름 초대하는 입장에서 현실고려해가면서 힘들게 결정하는건데 우리 좋게 좋게 생각하고 이해해주면 세상이 아름다워질것 같다.
3시 예식라니 밥은 언제먹어? 라고 누가 물어봐서 조금 현타왔음
지인결혼식이 일요일 2시인데 누가 일요일? 왜 일요일이야? 라고 놀라며 답변이 왔는데 그 지인이 의사여서 토요일은 일하니까 어쩔수 없자나요.. 다 사정이 있는건데... 서로 배려하고 양보 좀 합시다..일회성 이벤트인데 너그러운 마음을 가집시다~~~
사실 이러면 욕먹어 저러면 욕먹어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진짜 저런 소리를 들어서 예민한걸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