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노하우
약 25년간 일한 항공사의 항공승무원이 위암으로 숨진 것과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이 우주방사선 노출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고 인정했다. 6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6일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으로 일하다 위암으로 숨진 고 송모씨의 위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직업성 암’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까지 파악된 산업재해 인정 사례는 7건에 달한다. 주요 발병 원인으로 우주 방사선이 거론된다. 관련 사례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도 복수의 승무원이 산재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월 22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현재 혈액암·두경부암 등 직업성 암 발병에 따른 산재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한근태 작가님 글 - 무엇이 생체리듬을 파괴하는가?
조종사들의 발암률이 높고 특히 흑색종이라고 하는 피부암의 발병률이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동서로 비행하는 조종사가 남북으로 비행하는 조종사보다 암 발병률이 다섯 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암의 위험성을 높인 것은 아프리카의 뜨거운 자외선이 아니라 여러 시간대를 통과하면서 겪게 되는 ‘시차’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생체리듬이 깨지는 것이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유방암 발병률이 높았다. 남성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암인 전립선암에 대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 준다. 야간근무와 교대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암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모두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는데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로 인한 호르몬 교란이 생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로 인해 심근경색이나 지질대사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50퍼센트 정도 증가한다. 흥미로운 것은 규칙적으로 야간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가령 항상 밤에 일하는 야간 배달원의 경우 암 발병률이 증가하지 않았다. 즉 근무시간이 계속 바뀌는 환경이 가장 몸에 해롭다.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이 조절 기능을 잃게 되고 생체의 개별적인 리듬이 조화와 통합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신체 기관이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
어제는 파리에서 눈을 뜨고 오늘은 베이징을 다녀와 내일모레는 뉴욕을 가야 하는 일상의 파편 같은 시간들이 부서지는 내 몸에 피로와 짜증을 덧붙인다. 힘들어서 말은 없어지고 안면근육은 손님과 눈이 마주치지 않는 한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이번달에 100시간이 넘는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냈고, 6시간 연이어 숙면을 취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국에 있는 쉬는 날엔 처리하지 못했던 사소한 일과들을 몰아서 하느라 숨 돌릴 시간이 없다. '항공 승무원의 암 발병률'에 대한 한근태 작가님 글이 눈에 들어온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 몸에서 아우성치는 불협화음과 안 좋은 신호들이 제발 건강을 챙기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것만 하고 쉬어야지, 이 시간만 지나가면 멈춰야지" 차일피일 미루었던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는 식상한 말만 되풀이 한채 오늘도 꾸역꾸역 비행을 나왔다. 새벽 출근길이 많이 추워서였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등이 욱씬거린다.
사람들은 승무원 12년 차인 나에게 묻곤 한다. "시차적응 어떻게 해?" 그럼 난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답한다. "시차적응이 뭐야? 그거 먹는거야?" 엉뚱한 말로 답할 정도로 시차에 무디다. 국제선을 타야만 하는 승무원에겐 시차를 적응해야 한다는 노력조차 사치일 뿐이다. 다만, 건강에 해로운 그 이상의 것을 하지 않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과음한다거나 밀가루 같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잠도 밥도 규칙적으로 할 수 없는데 술까지 때려 넣으면 내 몸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최대한 물을 많이 섭취하고, 영양제는 무조건 챙겨 먹으며 조금 오버스러운 긍정 마인드가 나의 건강비법이라 말하고 싶다. 특별할건 없다. 인간사 원인과 결과가 일대일로 맞아 떨어지진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승무원이 암에 잘 걸린다는 그 맥락에 빠져살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다가 더 아플지 모르겠다. 그냥 주어진 하루 일과에서 감사한 일을 떠올리고, 무사히 비행이 마쳤을 때 또 감사함을 느끼며 내 인생의 시간을 좋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싶다.
어떤 비행에선 몸은 고되더라도 뿌듯한 맘으로 충만할 수 있고, 또 다른 비행에서는 예상지 못한 일로 조금 당황하더라도 인생의 교훈을 하나 깨달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고 날아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