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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Nov 02. 2021

엄마라고 불리는 외계인

정말 제가 엄마입니까?

분명히 나에게도 특기와 취미가 있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있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 재능이라고 불리웠던. 누군가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스스로에게는 자존감의 원천이 되었던 그런 일이 있었다. 그랬던 것 같다.


전업주부 7년 차, 애 엄마 6년 차인 지금.

나는 특기도 취미도 없는 외계인이다.

대체 뭘 잘하는지, 뭘 하면 즐거운지 모두 다 잊어버렸다.


첫째 아이를 처음 집에 데려오던 날, 모유를 데우던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정말 소질이 없구나.'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 가운데, 하필 나는 전업주부에 소질이 없었다. 그러면서 길다면 긴 이 시간을 전업주부로 사는 것은 책임감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낳은 아이들에 대한, 내가 선택하고 나를 선택한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꾸역꾸역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만들고, 청소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분명 아이들을 살피는 일은 책임감 때문만은 아닌데. 이 모든 생활과 감정을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아직도 내가 이상하다. 어색하다. 엄마인 내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난처하다고 해도 이 모든 일을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어쩌면 나의 본체는 먼 우주 내 고향 어딘가에 있고 일부는 갑자기 외계 어느 집 두 아이의 엄마로 내팽개쳐진 것이 아닐까. 되지도 않는 SF영화 같은 상상을 해본다.


'왜 저를 여기로 보내셨습니깍! 대체 왜! 정말 제가 엄마입니깍! 뭘 믿고 저에게 이런 일을 맡기신 거지요?!'


어쩐지 본래의 나로 곧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이 흘러 벌써 7년이 넘는 세월이 되었고 자신감 넘쳤던 나를 알았던 그 사람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여기 있는데. 내가 여기 있는데.’


길다면 긴 주부로의 시간을 보내며, 나는 점점 작아졌다. 어쩌면 나의 엄마가, 우리 모두의 엄마가 속절없이 흘려보냈을 시간을 나도 그렇게 걸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매번 고민하면서도,



사실은  해내고 싶다. 엄마로서도 많은 일을 착착해내는 엄마의 달인이 되고 싶다. 불안한 마음에 넘의  엄마들은 무얼 하나  카페를 들락거리지 않고 소신껏 특기와 취미를 엄마 본업에 맞춰 즐기고 싶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아직도 외계에서   같은 현실감 없는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도 다시

땅바닥에 발을 단단히 디디고 서서,

 괜찮은 엄마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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