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제품에 대한 맥락 없이, 출시까지 맡았던 경험
입사 직후, 저는 AI 기반 국어 학습 도구의 LMS 기획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덕트는 교육부 국어 성취기준에 기반하여 학생에게 AI 피드백을 제공하며, 교사는 이를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했습니다.
주요 사용자는 공교육 현장의 국어 교사, 특히 40~50대 연령층이 주 사용자군입니다.
그러나 실무에 투입될 당시, 사용자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수업 흐름, 도구 활용 방식 등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곧바로 기획과 화면 흐름 정의에 착수하게 되었고, 기획자로서 적절한 맥락 없이 기능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사용자 리서치나 실제 사용 환경에 대한 확인 없이 기획을 시작하면서, 내부 피드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사들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워할 것이다”, “기능이 단순하니 설명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 구성이라면 충분히 직관적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그러나 이들 의견은 모두 정량적 데이터 없이 제시된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자로서 저는 두 가지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내부 의견은 서로 상충되며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에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둘째,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으면 제품에 대한 진단이나 개선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저는 “출시를 통해 사용자 반응을 확보하고, 이후 정량적·정성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을 추진하자”는 방향으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현재는 사용성 실험이나 인터뷰 등은 아직 실행하지 못했지만,
출시 후 주요 사용자 행동 흐름을 측정할 수 있도록 퍼널 구조와 로그 설계를 사전에 준비하였습니다.
입사 약 한 달 후, 프로덕트의 디자이너가 퇴사하면서 기획자인 제가 UI/UX 전반을 직접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화면 흐름, 정보 배치, 우선순위 결정, 버튼 구성 등 기획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업무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와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분명한 역할의 차이가 있습니다.
기획자는 사용자와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기능을 정의하고, 전체 화면 흐름과 데이터 구조를 설계합니다.
반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그 기능이 실제로 사용자에게 이해되고,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구성하고 인터랙션을 설계합니다.
두 역할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 명확히 존재합니다.
기능이 기획 의도대로 작동하되,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가를 함께 검토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번 프로덕트에서는 그러한 협업이 불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협의 없이 단독으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이 위치에 버튼을 두는 것이 사용자의 흐름에 맞는가?
입력 폼 순서와 내용은 직관적인가?
시각적 요소 간 대비가 충분한가?
피드백 내용은 적절하게 해석될 수 있는가?
UX에 대한 논의 파트너가 없다는 점은 단순한 리소스 부족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획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정의하지만, 디자이너는 "어떻게 보여야 작동하는가"를 설계합니다.
이 둘의 역할이 분리되어야 할 이유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통해 제품이 사용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험은 UX 판단을 온전히 기획자가 책임지는 구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제품 완성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게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출시의 핵심은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반응을 관측하고 학습할 수 있는 구조로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실험은 실행하지 못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개선 구조를 준비하였습니다.
퍼널 단위 사용자 흐름 정의 및 전환율 측정 포인트 설정
기능별 클릭 및 체류 시간 로그 구조 설계
인터뷰 및 정성 피드백 수집 방식 마련
향후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 실사용 환경 기반의 흐름 분석과 인터뷰를 병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주요 이탈 구간, 이해 실패 요인, 반복 사용률 등을 기반으로 기능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프로덕트 출시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용자 맥락이 불충분한 상태에서도 기획은 가능하나, 실행 이후 학습을 전제한 구조 설계가 필수입니다.
의견은 참고 수준에 머물러야 하며, 최종 판단은 사용자 행동 기반이어야 합니다.
디자이너 없이 기획을 진행하는 경우, UX 관점에서 교차 검토 가능한 구조가 부재해 판단 부담이 큽니다.
이번 프로덕트는 사용자에 대한 맥락 없이 실무에 바로 투입되어 출시까지 완료해야 했다는 점에서 매우 도전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완전한 정보 없이 기획을 시작해야 하는 환경은 스타트업의 서비스 기획자에게 익숙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실행 가능하고, 이후 학습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은 실무 기획자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임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무엇보다, UX 설계에 있어 기획자와 디자이너 간의 협업이 제품 완성도에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체감한 프로덕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