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큰 숲 Oct 17. 2024

야 너 많이 컸다?!



요고 요고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안 들었지?

말귀를 알아먹으면서부터 말을 안 듣더니

이제는 대꾸도 안 하네?









우리 사이 네가 생각하기엔 어떠니? 딸아.

서먹하다가도 한순간 낄낄 거리기도 하고,  좋았다가 버럭 한 번에 며칠씩 쌩하니 찬 바람도 불고

네가 생각해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지?

엄마도 그래.

작고 하얗던 네가 늘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했는데

정말 건강하게만 자란 너는 

말귀도 알아먹으면서 못 알아듣는 척을 그렇게 하네...

왜 그러는 거니?

방문 벌컥 열었다고 화만 내지 말고 화가 벌컥 치솟는 엄마의 마음도 좀 알아줘서 

방 좀 치워주렴.

잘 먹는 건 좋은데 말이야.. 정말 잘 먹기만 하면 어떡하란 건지..

반찬통 뚜껑 덮어서 냉장고에 좀 넣어주고, 자리에 뚝뚝 흘린 흔적도 좀 닦아주렴.

그리고 네 앞으로 할당된 간식만 좀 먹어주겠니?

어린이집 다녀온 너의 동생이 자기 거 내놓으라며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는데 

왜 보고도 못 본 척을 그렇게 하시는지...

요즘 부쩍 외모에 관심도 많아지고 신경 쓰이고 그렇지? 

그래서 옷 사줬잖니, 너랑 같이 가서 마음에 드는 옷 고르라고 했잖니, 

왜 자꾸 동생 옷을 입고 나가는 거야?  들어간다고 사이즈가 맞는 게 아닐 텐데...

일찍 자고 자는 습관들은 건 정말 훌륭한데 말이야...

잘 씻고 개운하게 잠드는 건 어때?

아, 그리고 말야 혹시나 귀가 안 들리나 해서 큰 소리로 말하면 무표정으로 바뀌는데 

대답은 왜 안 하시는 건지...

다행히 귀는 잘 들리는 거 같더라고.!





그래도 엄마는 네가 좋아.

아이스크림 많이 좋아해서 절제가 안되는 와중에 엄마 거라고  하나 남겨놓을 줄 아는 마음이.

예쁜 거 귀여운 거 좋아하는데 바쁜 엄마 생각해서  대충 주먹밥으로 소풍 도시락 싸달라고 말하는 너의 입이.

금세 자란 발 때문에 또 신발 사달라고 말하기 미안해서 뒤꿈치를 구겨 신고 다녔던 너의 발이.

귀하고 벅차지 않았던 순간이 없더라.





2.4kg으로 태어나 부서질까 꽉 안지도 못하고 세게 잡지도 못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키웠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랑 기싸움도 하고,  가까이 붙어 있으면 키 차이가 얼마나 나나 혼자 키도 재보고 하는 모습 보면, 귀엽기도 해.

낳아 놓으면 큰다는 말 제일 가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정말 어느 순간 컸지 싶게  낳아 놓으니 큰 거 같다.

순간순간 울끈 불끈 올라와서 부딪히는 일이 많은 요즘인데  금세 또 이 순간들이 지나가겠지.

그러면 나는 훌쩍 커진 너의 모습을 기특해하며 표현도 못 하겠지.

그런 순간이 금세 오겠지.






-2024년 10월 17일  출근길에  큰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을 기념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쉿!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