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가 그랬다.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꽤나 오래된 떡밥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였다.
우리말은 지키면서도
작가의 의도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완숙한 번역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물론 번역만이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접근성을 키워준 것임은 틀림없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맨 부커상으로 한 차례 떠들썩했을 때
처음 접하게 되었다.
우리집은 어렸을 때 서점을 했었고,
내 전공이 국어국문학과였지만
나는 ‘국어만 좋아’라면서 문학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5년 전, 한 중고서점을 돌아보다
‘맨 부커상 수상' 딱지가 붙어 있는
채식주의자를 꺼내들었다.
잠시 책장에 기대어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3분의 1을 읽어버렸다.
아쉽지만 책을 덮고,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하고
집에 가져가서 마저 읽었다.
심오한 주제는 차치하더라도
소설은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내 눈앞에 보이듯이 실감나게 묘사되는 장면들은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여준 느낌이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대한민국에는
생각지 못한 문학부흥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
이미 '오글거린다'는 말로 치부당했던
여러 감성적인 문장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인간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섬세한 묘사로 써내려간 글들을 보고
여전히 ‘오글거린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것을 섣불리 내뱉었다가는
문학을 감상하는 대중들에게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
인문학을 강조하지만
정작 감성이 메말라버린 이 시대에
시원한 장대비가 쏟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