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서 구직활동 과정에서 겪는 현실의 벽
캐나다에서 취업 활동을 하며 깨달은 점
한국에 있을 때는 캐나다에서 취업하는 게 훨씬 쉽다고 생각했다. 땅이 크고 일자리가 많으니 당연히 내게 주어질 기회도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나 이곳은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곳이니 한국에서의 격식을 따질 필요 없이 내 능력만 보여주면 쉽게 일을 구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먼저, 캐나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 특히나 캐나다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으면 일을 구하기 훨씬 어려워진다.
한국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 경험이 관련 직종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그렇게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특히나 3년 이상의 경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력서 검토단계에서 걸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 포지션에 미국이나 유럽에 일을 했던 사람들, 스페셜리스트 수준의 경력이 있는 사람들 혹은 관련 전공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이 사람들 사이에서 미미한 경력으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현지 사람들도 취업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캐나다는 일의 기회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건 큰 착각이었다. 캐나다는 한국보다 일의 기회가 더 적었다. 이민의 나라이다 보니 전 세계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드는 곳이 바로 캐나다였다. 특히나 토론토는 그 능력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돌아가는 걸 많이 보았다. 미국에서 일을 하다 왔어도 캐나다에서는 일을 구하지 못해 돌아갔고 일을 구했어도 회사가 원하는 기대치를 맞추지 못하면 쉽게 해고당하는 게 캐나다의 고용 시스템이었다. 한국보다도 더 큰 경쟁 사회가 바로 캐나다였고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능력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줘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워홀을 오기 전에 영어가 되지 않아도 충분히 일을 구할 수 있었다는 후기를 종종 보았는데 직접 와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기본 영어 실력으로도 살 수는 있었다. 워낙 다양한 인종이 있는 곳이다 보니 내 나라의 언어만 해도 이곳에서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었다. 특히나 능력 있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아서 한국어만 해도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 한국 물건을 살 수 있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말 많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달랐다. 어쨌든 절반 이상의 고객들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은 갖추는 것은 필수이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영어를 좀 하는 편이지 하는 자신감이 넘쳤는데 막상 나와보니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기본적인 대화마저도 듣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유는 다양한 인종과 이에 따른 수만 가지의 악센트.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이 인종마다 악센트가 다르고 사용하는 단어나 말의 속도 등이 천차만별이었다. 교육식 영어 회화에 익숙했고 미국식 영어 발음에만 익숙했던 사람으로 중국식 영어, 인도식 영어, 중동식 영어 등 너무나도 다른 발음을 알아듣는 게 정말 너무 힘들어서 친구를 사귀고 대화를 하는데도 진땀을 뺐다. 특히나 이들 모두 특유의 발음을 가지고 있어도 영어는 정말 너무나도 잘한다. 자신의 의견을 바로 얘기하고 심오한 대화마저 해낼 정도로 능숙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캐주얼 영어마저 안 되는 내가 현지 일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참 용감했다. 이 당시에 일을 구했어도 말을 알아듣지 못해 하루 만에 잘렸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내정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개인주의의 나라라고 하지만 북미만큼 인맥 활동을 활발히 하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오늘 갑자기 마주쳐서 스몰톡을 주고받은 사람이 나에게 일자리 기회를 줄 수도 있고, 파티에 가서 알게 된 친구가 나에게 오퍼를 줄 수도 있는 게 캐나다였다. 결국 사람을 고용하는 과정 자체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없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인맥을 통해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친구를 따라 파티에 갔다가 인터뷰 제의를 받고 취업을 한 경우가 있었고, 도서관에서 스몰톡을 하다가 인터뷰를 본 경우도 보았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가 특정 분야의 일을 구한다고 들었을 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관련 분야의 사람을 소개해주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고 싶을 때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등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가고 있다. 그만큼 필요할 때 인맥을 활용하는걸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는걸 한국보다도 더 당연하게 여기는 나라이다.
초반에는 한국에서의 인맥 사회가 싫어서 여기에 왔는데 여기서는 더한 모습을 보면서 회의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나랑 아무리 잘 안 맞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사람과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며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에 속으로는 싫어해도 겉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을 구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게 이곳의 현실이다.
사실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온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인 잡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여기까지 와서 한국어로 일을 한다면 캐나다에 나온 이유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캐나다에 왔으니 영어로 얘기하며 영어 실력을 높이고 현지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나 역시 한인 잡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끝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한인 잡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한인잡의 장점을 설명을 해보자면, 한인잡의 대부분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한국인이거나 사장이 한국인이라는 것이지 영어를 아예 안 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한인 잡을 한다고 해도 어쨌든 절반 이상의 손님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로컬잡에 비해 높은 수준의 영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인잡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영어는 필수였다.
또 다른 장점은 한인 잡을 시작으로 로컬 잡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한정된 기간의 워크퍼밋을 가지고 취업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앞서 몇 번 언급했지만, 고용자의 입장에서 안정된 신분을 가진 사람과 불안정한 신분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을 고용해야 된다면 대다수는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로컬 잡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방법은 캐나다에서의 경력을 만드는 것인데 이 시작을 한인 잡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
로컬 잡은 이력서를 넣으면 세월아 네월아 하며 최소 한 달 뒤에 연락을 주는데 한인 잡은 달랐다. 이력서를 넣으면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일주일 안에 인터뷰를 보자고 연락을 준다. 그렇게 인터뷰를 보고 나면 웬만하면 바로 트레이닝의 기회를 주는데 이 트레이닝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쉽진 않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경험을 쌓아서 로컬 잡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단점은 있다. 대부분이 걱정하듯이 돈을 안 주거나 일을 엄청나게 시키거나 온갖 안 좋은 말을 하는 등 같은 한국인을 왜 이렇게 쥐 잡듯이 잡나 싶을 정도의 큰 단점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소수일 뿐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고 일도 구해주려고 하고 편의도 많이 봐주는 등 좋은 한국인들도 정말 많았다. 몇몇의 사람들이 한인잡의 이미지를 망치는 것이지 그 외에는 훨씬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주의를 기울여서 구하기를 요구한다.
계속 도전하다 보면 기회는 온다
영어를 못한다고 인맥이 없다고 경력이 없다고 취업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쉽진 않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못 할 일은 없고 영어를 못하면 와서 부딪히며 영어를 배우면 된다. 인맥이 없으면 어디든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된다. 하물며 길을 지나가다가 '너 선글라스 예쁘다' 하며 스몰톡을 하며 인맥을 쌓을 수도 있다. 경력이 없다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보인다면 일을 구할 수도 있고 매일같이 노력하고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를 다가온다. 사람이 100% 준비된 시기는 절대 없다. 준비가 덜 되었어도 자신감과 도전할 용기만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본다. 누군가가 A라는 방법으로 취업을 하는데 실패했다고 나 역시 실패하는 건 아니다. 다른 누군가는 A라는 방법이 성공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누군가는 C라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한 개인의 경험에 불과할 뿐이고 누군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어를 못해도 경력이 없어도 엄청난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로 취업을 할 수도 있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나를 믿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캐나다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여기서는 사기가 없을 거라는 착각을 했던 게 한심할 정도로 한국보다도 사기가 더 많은 곳이었다. 매일같이 스캠 전화가 오는데 취업이라고 사기가 없을 리가 없었다.
어디서 정보가 유출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창 이력서를 많이 넣던 시기에 리쿠르트 회사라며 잡 오퍼를 주겠다는 연락을 하루에 한 번은 꼭 받았었다. 처음에는 일을 구하는 게 너무 힘들고 크게 좌절이 되었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나 사기였다.
이력서를 넣지 않았는데 일자리를 준다거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높은 금액의 잡오퍼를 제시하는 등의 사기가 있으면 대부분은 불법적인 일이고 스캠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연락하지 않고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하다가는 범죄에 휘말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