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은 단순히 기술적인 혁신을 넘어,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처럼 들려온다. 권력의 집중을 분산시키고, 개인의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보다 공정하고 분권화된 사회로 민주주의는 발전해 왔다. 오늘날 우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웹 3.0은 기존의 중앙집중적 디지털 플랫폼을 탈중앙화하려고 한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더 큰 자율성을 가지고 관리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린다.
현재의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는 플랫폼을 소유하고, 노동자는 그 위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조가 주를 이룬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은 거대 자본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자본가와 노동자는 명확하게 구분되며, 플랫폼은 콘텐츠 생산자의 노동을 기반으로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웹 3.0의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콘텐츠 생산자들이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콘텐츠 생산자는 플랫폼의 중개 없이 공정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자본의 독점 없이 자율적인 경제 활동도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NFT,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의 발전에 그치지 않으며, 미래의 새로운 체제를 간구하는 것만 같다.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현실 민주주의를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그 이후의 새로운 체제—보다 공정하고 분권화된 사회—를 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새로운 디지털 도구들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사회의 관계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우리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했다. 가족, 친구, 직장과 같은 관계망은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구축되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관계의 범위도 확장하게 되었다.
SNS, 온라인 포럼, 게임,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들은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고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의 관계는 종종 형식적 연결에 그쳐, 그 깊이나 진정성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사람들은 더 많은 친구, 팔로워, 연결망을 갖게 되지만, 표면적인 관계로 인해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람들의 삶과 외모, 성공이 물질적 가치로 환산되며, 타인과의 비교가 심화된다. 이 과정에서 자아가 왜곡되고, 사람들은 더 많은 팔로워와 '좋아요'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편 심리적인 결핍 또한 느끼게 된다.
많은 SNS 플랫폼에서 자기표현이 상품화되며, 외모나 성공을 환금성 있는 자산으로 취급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가 외적 기준에 따라 평가된다고 느끼게 되며, 상호 작용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보상보다는 물질적 보상을 추구하게 된다. 금전적 거래는 경제적 상호작용의 중심에 있지만, 이는 사회적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향도 있다. 돈이라는 교환 수단은 자원의 배분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까지 물질적인 가치로 환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적 관계의 한계는 회사에서의 관계성이 퇴근 후에는 중지되듯이 '교환'을 끝낸 후라면 지속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어떠한 보상 없이 휴일에도 프로젝트를 개발한다. 자신들의 지식과 코드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금전적 교환을 넘어서, 기여와 협력이라는 가치 중심으로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공재로 누적되며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킨다. 관계에 대한 퇴근도 없다. 자율적인 행동에 출근도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물질적 거래에서 벗어나, 어쩌면 기여와 협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적 모델로 나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델은 기존의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인 경제를 넘어서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유경제와 같은 모델은 사람들 간의 자원과 가치를 사회적으로 교환하며 상업경제의 대척점에서 발전하고 있다.
웹 3.0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적인 욕망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본의 흐름이 '돈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경쟁의 시대'에서 '기여의 시대'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는 혁신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언젠가 기여가 경제적 활동의 핵심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면, 자본의 독점 없이 자율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사회적 자본을 중심으로 상호 지원과 연대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체결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