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널하우스 Nov 22. 2024

가드가 단단한 남자


‘시간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물리학자의 강연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띈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러 여자들에게 물어봤는데 다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그의 말이 진실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 센스 넘치는 멘트를 던지는 사람이 인기가 없을 리 없다. 적어도 그가 누구든, 나의 호감을 사기에는 충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시간’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보다, 왜 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 그가 겪었을 일들과 그를 둘러싼 맥락을 잠시 웃음으로 넘겨본다.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 해도, 그의 재치는 매력을 더한다. 여러 여자에게서 거절당한 경험을 참 유쾌하게 풀어내지 않는가. 그런 그를 보며 '가드가 단단한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지 않을까? 나는 생각해 본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시련을 마주할 때, 그 시련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점이다. 경험이란 단순히 일어난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실패를 겪으면서도 그것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능력은 단순히 방어적인 태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내면의 강인함이 숨어 있다. 


만약 내가 여자라면, 이왕이면 긴 생머리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청순한 스타일의 여자라면 어떤 남자를 만날까 상상해 본다. 강렬한 인파이팅으로 상대를 압도하거나, 화려한 스텝으로 다른 이의 시선을 붙잡는 그런 남자. 또, 왼손잡이 사우스포에 플리커잽을 능숙하게 던지며 상대를 예측 불허의 상태로 몰아넣는 남자. 나쁜 남자도 매혹적이다. 확실히 짜릿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겠지.


다만, 그래도 나란 여자는 무엇보다 '가드가 단단한 남자'를 만나지 않을까 싶다. 마음만큼 재능이 따라와 주지 않아도, 열심히 준비한 경기에서 패배하였다 할지라도, 링 위에서만이 아니라 링 밖에서도 절망에 대해 가벼운 농담 한마디로 웃어넘기며, 툭툭 털고 일어나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그런 '가드가 단단한 남자'를 만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서비스와 삼자대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