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ccos Feb 02. 2021

바르셀로나의 재정난, 메시가 원인인가

'엘 문도'에 보도 된 기사는 분명한 목적을 지녔다.

프리메라리가 21라운드 바르셀로나와 빌바오의 경기가 2-1로 마무리되었다. 이 경기에서 메시는 본인의 통산 55번째 프리킥 골이자 구단 통산 650번째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대기록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스페인 현지와 전 세계 스포츠 언론을 뜨겁게 달군 메시의 계약 내용 유출 사건 때문이다.


스페인의 최대 일간지 중 하나인 ‘엘 문도’의 마르티 사발스 기자는 ‘메시, 바르셀로나를 망치는 파라오의 계약’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기사에 따르면 리오넬 메시는 바르셀로나로부터 한 시즌 옵션 포함 1억 3천 8백만 유로(한화 약 1860억 원)의 급여를 받았다. 해당 계약은 2017년에 체결한 내용으로, 네 시즌 간 총 5억 5천 5백만 유로(한화 약 7490억 원)의 천문학적인 급여를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엘 문도'에 보도 된 메시의 계약 내용

바르셀로나가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졌다. 최근 계속되는 재정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적료, 선수들의 주급, 부채로 인해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우선 총 19개 클럽에 아직 지급하지 못한 이적료가 2억 유로(한화 약 2,670억 원)에 달한다. 유럽 프로 구단의 기준으로 봤을 때 선수단의 급여 예산이 구단 총예산의 50%가 넘어가면 재정이 건전하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한다. 바르셀로나는 선수들의 급여 예산이 70%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스페인의 공신력 높은 언론인 카데나 코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월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주급을 삭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아직 선수들의 12월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상환해야 할 부채는 총 11억 7300만 유로(한화 약 1조 5,800억 원)라고 알려졌다.

     

이러한 구단 재정의 어려움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와중에 공격적인 제목으로 리오넬 메시의 계약 내용이 유출된 것이다. 메시를 최근 바르셀로나의 재정난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듯한 기사다. 구단이 어렵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메시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발행한 것은 그 의도가 분명하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일 “바르셀로나 구단 내부에서는 계약서 유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메시의 계약서 사본은 4장이 있는데 메시, 바르셀로나, 라 리가 사무국과 메시가 이용하는 로펌인 쿠아트레카사스 등이 나눠 보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메시는 ‘엘 문도’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바르셀로나는 성명을 통해 “구단과 메시 사이에서의 비밀 유지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계약서가 유출되어 유감”이라며 구단은 문서 유출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음을 강조했다.

      

과연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재정난의 주범일까? 그렇지 않다. 구단의 재정 악화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첫째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구단의 주 수익인 매치데이 수익이 없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전 세계 스포츠 구단은 모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로는 바르토메우 전 회장의 신중하지 못한 구단 운영이다. 바르토메우 전 회장은 우스만 뎀벨레와 쿠티뉴, 그리즈만과 같은 정상급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며 막대한 금액을 지출했는데, 유럽 대항전에서 매 시즌 실패를 거듭하며 ‘실패한 영입’이라고 평가받는다. 메시가 재계약을 맺던 2017년, 그리고 코비드 상황이 닥치기 직전까지의 바르셀로나는 한 시즌 1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내기도 했던 메가 클럽이다. 메시가 창출해내는 부가적인 수입(유니폼 판매량, 스폰서십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계약이 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바르셀로나의 재정난의 주범, 바르토메우 회장 [사진=연합뉴스]

리오넬 메시는 바르셀로나라는 클럽을 2010년대에 들어 유럽 정상급 레벨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계약 기간 커다란 문제를 만들지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으며 선수로서의 본분, 더 나아가 팀에 누구보다 헌신했던 선수다. 최근 그는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의 불편했던 관계를 뒤로하고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를 위해 마음을 다잡은 것처럼 보였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득점력이 돌아왔고 선수단의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 지난 경기에서 빌바오를 잡으며 리그 2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번 계약 유출을 통해 다시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주장 완장을 차는 리오넬 메시 [사진=연합뉴스]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시작해 2004년부터 현재까지 에이스로서 수많은 짐을 짊어지고 팀을 이끌어 온 메시의 마지막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감동적일 줄 알았다. 찬사와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될 줄 알았던 그와 바르셀로나의 동행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회장만 바뀌었을 뿐 이사들은 남아있다. 만약 성명과 달리 이번 사건이 구단 이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드러날 경우, 팬들의 질타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후안마 로메로는 보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5년 동안 1조 5천억의 부채 속에서도 우리가 유일하게 희망을 품은 건 메시 하나였다.” 바르셀로나라는 구단을 넘어 축구라는 스포츠에 전설로 기억될 사람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축구가 주는 감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자료=El Mundo

자료=Cadena COPE

자료=ESPN

작가의 이전글 무리뉴를 다시 찾아온 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