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단 Aug 03. 2024

제주도씨, 8남매랑 어디를 갈까요?

8남매의 여행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가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가장 기본적인 숙소와 식사를 먼저 찾아봤다. 어른들이랑 하는 여행에서 가장 큰 요소가 숙소와 식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인원이 여행을 가는 것만큼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추석연휴 그것도  20명이 되는 대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숙소를 찾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남들 눈치 보면서 숙소에 있고 싶지 않다는 A이모부의 말에 나는 우리 인원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서귀포 쪽에 있는 독채 펜션을 예약했다. 

평도 좋았고, 우리만 쓸 수 있는 독채였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번 여행 코스에 어른들께 꼭 경험해드리고 싶었던 산방산 탄산온천 근처였기 때문이었다.  


가장 큰 숙소를 예약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식사와 여행코스, 그리고 버스 예약이 남아있었다. 

버스 예약은 펜션 사장님의 도움을 받았다. 걸음이 불편한 큰 이모와 큰삼촌이 계셔서 우등버스로 예약을 진행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코스와 식사는 70세가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제주도는커녕 국내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는 큰삼촌 내외가 가볼 만한 곳들 위주로 선정하는 걸로 8남매와 의견을 조율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는 건 어떤 걸까? 

큰삼촌 내외 말고도 다른 이모와 이모부들 중에도 제주도를 가본 적 없다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외갓집 8남매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라북도 전주 옆에 마이산과 홍삼이 유명한 진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8남매는 거의 대부분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엄마를 비롯한 이모들은 중학교 교육만을 간신히 다녔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삼촌 2명은 그래도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받았다는 것으로 들었다. 지금이야 어떻게 교육에서 남녀 차별을 할 수 있냐는 말들을 하겠지만 40년 전 50년 전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각자의 사정에 의해 서울로 올라온 8남매는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일들을 시작했다. 엄마와 이모들은 서울 동대문을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되어 있었던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고, 현재까지 40년~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작은 삼촌은 중국에서 10년 넘게 금속 공예 관련 일을 했고, 큰삼촌은 물류 남 품 업무를 하시다가 퇴직하신 이후에는 아파트 경비 업무를 보고 계신다. 큰삼촌의 경우 다리가 많이 아픈 상태인데도 일을 손에 놓지 않고 계신다. 


이렇게 일만 하며 모든 세월을 보낸 8남매가 여행을 가자고 생각한 건 10년 넘게 요양병원에 모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말이 10년이지 8남매는 외할머니가 병원에 있는 10년 동안 꼬박꼬박 병원을 찾아가 자신들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엄마에게 한 번이라도 더 서로의 얼굴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썼었고,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는 면회가 거부된 사이에 돌아가실까 봐 전전긍긍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 유행이 점점 완화되어 면회가 가능 해질 때쯤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8남매는 자신들을 지탱해 주던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그 빈자리를 채우기라도 하듯 남매들끼리 더욱 돈독해지기 위해 더 늦기 전에 다 함께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3박 4일간의 제주도 여행 일정 (실제 여행코스와는 살짝 다릅니다.)


최종 코스가 확정되자 8남매 앞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그냥 단체방에 올려도 됐을 것 같은데,

엄마는 내가 이 여행을 기획하게 된 게 꽤나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가장 적극적으로 다른 형제들의 일정을 확인해서 8남매 앞에서 제주도 여행코스를 안내하는 날짜를 잡았다. 

간단하게 밥을 먹으며 여행코스에 대해서 안내를 하자 8남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무뚝뚝한 큰삼촌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보였다. 무뚝뚝한 큰삼촌의 얼굴에 옅은 미소를 보자, 코스를 나쁘지 않게 기획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 대가족 여행 시 일정 짜는 TIP


    1.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이동동선이 최대 한 시간을 넘지 않게 짜야한다. 

    2. 가장 중요한 건 숙소와 식사, 가족들의 요구를 충분히 파악한 후 숙소와 식사를 정해야 한다. 

    3. 우천 시 또는 기상상황별로 대체할 수 있는 여행지를 몇 군데 선별해야 한다. 

    4.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생각보다 기본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전 01화 8남매의 단체방에 초대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