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바뀐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너무나 공감한다.
여행가이드를 시작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여행가이드를 시작할 무렵 나는 내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내가 뭘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회사라도 들어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갈피가 잡히겠다 싶어 100군데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몇 군데 붙은 회사 중에 가장 쉬운 업무를 할 것 같은 회사에 취업했다. 업무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목적은 당장의 회사가 아니었고,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가게 될지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고, 그것이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었다.
그 회사에서 만난 나보다 3살 위의 여자 선배가 있었다. 나와 같은 동기로 입사한 그 사람과는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친해졌다.
"나 이번주부터 주말아르바이트해요"
"어떤 주말알바요?"
"여행가드라는 건데, 그냥 손님들 태우고 여행지 도착하면 시간만 말해주면 되는 알바예요"
"네? 그렇게 쉬운 알바가 있어요?"
"지금도 뽑던데, 해볼 생각 있으면 지원해 봐요"
그리고, 얼마 후 그 선배는 회사를 그만뒀고, 나는 여행가이드에 대해서 알아봤다. 선배의 설명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 여행을 도와주는 직업 같았다. 전국일주를 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선배가 일을 한다는 여행사로 입사지원을 했다. 여행사에 합격을 했고, 선배는 여행가이드를 몇 번 나가고 그만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는 6년간 가이드 일을 하게 됐다. 20대의 반을 여행가이드를 하면서 살아갔는데, 그 과정에서 사람상대, 위기대응, 여행지 지식을 비롯해 정말 다양한 곳에서 시야가 확장됐다.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했던 경험 중에 여행가이드일을 했던 것이 가장 값졌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선배를 알게 되고 만난 건 고작 1개월. 내 인생에서 1개월 만난 사람이 나에게 이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나는 운명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은 그 선배가 나에게 처음 가이드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그날은 날씨부터 모든 것이 선명하다.
어쩌면 내 삶에서 꼭 만났어야 했던 사람이 아닐까?
나 또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 만남의 기간이 짧든 길든 만남의 기간과는 상관없이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