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마다 가이드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그 주의 행사 배정에 대한 알림이 매주 수요일마다 왔기 때문인데, 여행지만큼 중요한 것이 같이 행사를 진행하는 버스기사였다. 가이드와 기사의 손발이 잘 맞는 행사는 매력적이지 않은 여행지라도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어떨 때는 여행지보다 배정된 버스기사를 먼저 확인하기도 했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몇몇 기사는 여자이며, 본인들보다 나이 어린 가이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지가 먼 지방일 경우 하루에 100km 이상을 운전하기 때문에 많은 고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이드들을 무시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가이드 배정표를 보고, 경악했다. 내 이름 옆에 여자 가이드들 사이에 악명이 높은 기사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지난주에 해당 기사님과 같이 행사를 갔던 선배 가이드에게 기사님과 소통하는 방법을 물었다. 여러 가지 팁을 들었는데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당 기사님이 가이드들 사이에 악명 높은 이유는 길을 자주 헤맨다는 것과 가이드의 조언을 잘 안 듣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꽤 자주 갔던 충북 영동이 여행지로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충북 영동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포도, 복숭아의 고장이다. 그만큼 물도 맑고 산새가 좋은 것이 특징인데, 그중 양산팔경을 구경할 수 있는 금강 둘레길을 걷는 것이 일품이다. 금강둘레길은 송호관광지에서부터 금강을 끼고 도는 둘레길이다. 이 둘레길에서는 양산팔경 중 5가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데, 가장 아름다운 강선대부터 강에서 목욕을 하던 선녀들을 훔쳐보던 용이 굳었다는 8경 용암까지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중간중간 그늘이 없는 곳이 있어, 한 여름보다는 봄이나 가을에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 코스가 기사님들에게 까다로운 것은 하차지와 승차지가 달라서인데, 그래서 해당 코스를 갈 때는 기사님과의 승차지에 대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버스가 둘레길 입구에 도착하고, 나는 고객들과 둘레길을 걷기 위해 내렸다. 사전에 기사님과 승차지정보에 대해 소통을 완료한 상태라 버스는 고객들이 다 내리고 난 다음에 버스는 승차지로 향했다. 혹시 몰라 한번 더 전화로 기사님에게 안내를 드렸고, 기사님 또한 이해했다.
고객들과 둘레길을 걷는데 기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기사님이 버럭 화를 냈다.
주변 고객들이 다 들을 정도였다. 고객들에게 방향을 안내하고, 나는 뒤쪽에서 기사님과 통화를 했다.
승차지를 찾던 기사님이 내가 주의하라고 한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사님은 나에게 길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폭언을 쏟아냈다. 화가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기사님에게 다시 길을 안내드렸다. 기사님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종료했다. 얼마 후 기사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승차지에 잘 주차를 했는지 확인했다. 단답으로 대답하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둘레길 종점에 다다르자 버스가 서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보다 먼저 출발했던 고객들에게 기사님은 내가 길을 잘못 알려줘서 헤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언쟁하고 싶지 않았다. 가이드와 기사가 싸우는 것을 본다는 것만으로 고객들은 불쾌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기사님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나에게 버럭 화를 내는 것으로 본인의 실수를 덮었다. 그로 인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누구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나면 그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게 실수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현재 나는 한 중소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팀 직원 중에 한 명은 내가 실수를 싶을 때마다 주저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초반에는 내가 실수를 싶을 때마다 변명 바빴는데, 시간을 두고 서로 이야기하며 변명하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실수도 줄고, 업무의 능률도 올라가는데 보였다.
실수를 인정하고, 그다음을 도모하는 것, 그리고, 실수를 더 이상 안 하려고 노력하는 거 자체가 그 이전의 나와 조금 달라진 내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