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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모과

by 빛숨 김광화


올해는 모과가 잘 열렸네

울퉁불퉁 노란 얼굴

내 눈엔 예쁘기만 한데

'과일 망신'이라니

모과는 참 억울하겠어


모과처럼

저마다 제멋대로 생긴 과일이 또 있을까?

하나하나 자기 멋을 뽐내네


바닥으로 떨어질 때

긁히며 생긴 상처마저

내 마음 어딘가를 닮았으랴


그저 보기만 해도

참 고운 과일

향기는 또 어떻고?

은근히 오래 남아

눈 감고 향만 맡아도

가슴 한쪽이 따스해지네


손에 묻어나는

끈적한 기름 성분이

내 손바닥으로 스며들면

스킨십의 기억처럼

아주 오래 남아라


방에도 두고

거실에도 두고

차에도 두네

날마다 눈으로 먹고

코로 들이키네


그저 곁에 두기만 해도 좋은 과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도 모과를 닮아가네


#모과 #예쁜과일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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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