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모과가 잘 열렸네
울퉁불퉁 노란 얼굴
내 눈엔 예쁘기만 한데
'과일 망신'이라니
모과는 참 억울하겠어
모과처럼
저마다 제멋대로 생긴 과일이 또 있을까?
하나하나 자기 멋을 뽐내네
바닥으로 떨어질 때
긁히며 생긴 상처마저
내 마음 어딘가를 닮았으랴
그저 보기만 해도
참 고운 과일
향기는 또 어떻고?
은근히 오래 남아
눈 감고 향만 맡아도
가슴 한쪽이 따스해지네
손에 묻어나는
끈적한 기름 성분이
내 손바닥으로 스며들면
스킨십의 기억처럼
아주 오래 남아라
방에도 두고
거실에도 두고
차에도 두네
날마다 눈으로 먹고
코로 들이키네
그저 곁에 두기만 해도 좋은 과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도 모과를 닮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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