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지.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을 만든다'라고
찬찬히 돌아보면
아마 엄마 뱃속에서
무사히 나온 것부터 기적이었으리.
어린 시절, 동네 저수지에서
동무들과 물놀이하다가 빠져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 순간도 빼놓을 수 없는 기적이리.
어쩌면 계획한 일보다
생각조차 못했던 걸 이룬 일이야말로
삶이 가진 경이로움이자, 기적이 아닐까.
아내를 만난 것도,
함께 아이들을 낳고 키워온 과정도 돌아보면 여러 기적이 함께였으리.
사실 이보다 소중한 기적은 따로 있으니...
내 몸 놀려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고
식구들 누울 동굴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기적의 바탕이리.
나이 들고
몸이 아파 헤매던 죽음 문턱에서,
발가락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다시 살아난 것도 기적이리.
요즘은 한창 우리글을 익히는 손자랑 손 편지를 주고받는 일도 내게는 가슴 벅찬 일이니...
내가 내민 손 못지않게
내게 다가오는 손을 뿌리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결 더 기적에 다가갈 수 있음을
이제 내 버킷리스트 목록은 달라야 하리.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목록이 아닌,
살아오는 과정에서 내게 기적 같은 순간을 먼저 기록하는 게 순서라고.
그런 기회를 준 인연에 깊이 고마워하면서...
하여 삶의 마무리는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며,
내가 가진 모든 걸 아낌없이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삶의 마지막 기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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