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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쓰는 버킷 리스트

by 빛숨 김광화

누군가 말했지.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을 만든다'라고


찬찬히 돌아보면

아마 엄마 뱃속에서

무사히 나온 것부터 기적이었으리.


어린 시절, 동네 저수지에서

동무들과 물놀이하다가 빠져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 순간도 빼놓을 수 없는 기적이리.


어쩌면 계획한 일보다

생각조차 못했던 걸 이룬 일이야말로

삶이 가진 경이로움이자, 기적이 아닐까.


아내를 만난 것도,

함께 아이들을 낳고 키워온 과정도 돌아보면 여러 기적이 함께였으리.


사실 이보다 소중한 기적은 따로 있으니...

내 몸 놀려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고

식구들 누울 동굴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기적의 바탕이리.


나이 들고

몸이 아파 헤매던 죽음 문턱에서,

발가락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다시 살아난 것도 기적이리.


요즘은 한창 우리글을 익히는 손자랑 손 편지를 주고받는 일도 내게는 가슴 벅찬 일이니...

내가 내민 손 못지않게

내게 다가오는 손을 뿌리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결 더 기적에 다가갈 수 있음을


이제 내 버킷리스트 목록은 달라야 하리.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목록이 아닌,

살아오는 과정에서 내게 기적 같은 순간을 먼저 기록하는 게 순서라고.

그런 기회를 준 인연에 깊이 고마워하면서...


하여 삶의 마무리는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며,

내가 가진 모든 걸 아낌없이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삶의 마지막 기적이 되지 않을까.


#기적 #버킷리스트 #경이로움 #건강관리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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