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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주일기

마흔 중반 박사 유학생 남편의 4년차 근황

by jcobwhy

미국에 온지도 3년이 훌쩍 지났어.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날짜를 세는 게 큰 의미가 없기는 해.


겉모습만 보면,

생각했던 대로 하나씩 진행되고 있어.

올해 초 영주권을 신청했어.

아이도 어느덧 완전히 적응했어.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있고,

외부에서 나와 함께 테니스도 치고 있어.

고등학교 진학할 때 학교 테니스부에 들어가고 싶어해.

아내도 이제 박사과정 절반을 지나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어.

나름 성과를 내서 이번에 학회에서 발표도 했어. 자랑스러워.


난 나름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작년에 나도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시기가 좋지 않아서 떨어졌어.

아쉬웠지만 별 수 없었지 뭐.

그래도 빨리 훌훌 털고 열심히 유튜브를 하고 있어.

미국에 오면서 시작한 건데, 꾸준히 하고 있어.

사실, 성과는 없어. 구독자는 몇백명 수준, 조회수도 잘 나오지 않아.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고 있어.

나름 나라는 사람의 이 시기 역사를 쓴다고 생각하고 만드는 브이로그야.

더 많은 사람들이 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나 같은 백수 중년의 삶이 뭐가 그렇게 궁금할까 싶기는 해.

그래도 내가 나중에 뭔가 성과를 거두고 나면,

이 시기의 영상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십 대 중반이 되어서도,

이렇게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이십대 중반에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지는 트랙을 타게 되었단 사실은 눈치챘지만,

그래도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은 있었거든.

내가 살던 그곳이 다른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

굉장히 혹독하단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고통 받을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았어.

사실 예상 가능했어도 직시할 용기는 없었는지도 모르지.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3년, 더 이 생활을 할거야.

올해 한 번 더 대학원 진학을 시도할건데, 잘 될지는 알 수 없어.

가장 시급하게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건 경제적 상황인데,

마음으로 바라면서 남은 3년을 가열차게 버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없어.


모든 순간이 다 지나고 나면,

이렇게 견디면서 지내온 시간이 가치있을 것이라는 것, 절대 모르지 않아.

하지만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많이 외로워.


그래도 여전히 막연한 낙관주의로 하루를 버텨갈거야.

보이지 않는 미래는 무조건 나아질 거라는 근거 없는 긍정을 바탕으로 말이지.

그래도 돌아보면 하루하루는 행복했어.

하늘조차 볼 여유 없는 숨막히는 인생에선 벗어난 것 같거든.


이 글을 읽는 이들이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어.

아내야 공부를 하면서 교수도 만나고 동료도 만나니,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가사에 집중하고 있는 나에겐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아.


가끔 글을 쓰려고 해.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리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거든.

많이 찾아주고, 응원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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