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Jan 01. 2021

무대 체질은 타고난 체질보다는 연습의 결과물이다

성장을 꿈꾸는 심리학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면?


살다 보면 무대 체질인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올림픽 같은 큰 무애데서 멋진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새가슴들은 도저히 범접하지 못하는 무대 체질들이 분명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타고난 성격이 무대 체질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다릅니다.


먼저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 경기력이 더 좋을까요?

1.     관중이 있을 때

2.     관중이 없을 때


여러분은 몇 번을 선택하셨습니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중의 응원, 함성 같은 조건이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경기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조건일 때 실력이 더 잘 발휘되나요? 누가 나를 관찰하고 있을 때입니까, 아니면 혼자 있을 때입니까?


아쉽게도 우리는 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누군가의 감시를 받는 불쾌한 느낌 때문일까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응원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의 존재는 분명 내가 하는 일에 영향을 줍니다. 그것도 대부분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죠.


실제 타인의 존재는 우리의 수행을 높이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타인의 존재는 어떻게 우리의 수행에 영향을 미칠까요?




타인의 존재는 나의 수행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



자전거 경주 팬이기도 했던 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렛(Norman Triplett)은 선수들이 혼자 연습할 때보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경쟁할 때 더 좋은 기록을 내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재미난 실험을 계획했는데요, 아이들에게 낚싯대 릴을 최대한 빨리 감아보게 했습니다.


조건은 두 가지, 한 번은 혼자 감는 상황이었고 다른 한 번은 누군가와 함께 감는 경쟁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혼자 할 때보다 다른 아이들과 경쟁할 때 더 빨랐습니다. 트리플렛은 인간의 본능적인 경쟁 심리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함께 경쟁하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누군가가 옆에 있기만 해도 더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는 다른 존재가 주변에 있을 때 심리적 각성 수준이 높아집니다.


다른 존재가 주변에 있다면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따라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생존에 유리합니다. 그런데 각성이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주의를 좁게 만듭니다. 집중된 주의는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앞으로 무작정 뛰는 것과 같은 단순한 과제의 수행능력을 증가시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 누군가 옆에 있다면 각성 수준을 높여 수행능력이 평소보다 좋아지는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생소하거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는 전혀 다른 패턴입니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주변의 정보에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데 타인의 존재로 인해 축소된 주의가 새로운 정보들을 무시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타인의 존재는 나의 수행능력을 낮추는데 이를 사회적 억제(social impairment)라 부릅니다.


앞으로 뛰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을 수행하는 경주마는 눈가리개를 하지만 주변의 사물들을 잘 살펴야 하는 마장마술 경기의 말에게는 눈가리개를 씌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리하면 타인의 존재는 간단하고 익숙한 과제를 할 때는 사회적 촉진이 되지만 복잡하고 익숙하지 않은 과제를 할 때는 사회적 억제 요인이 됩니다.


무대 체질이라고 부르는 관객으로 인해 실력이 향상되는 사회적 촉진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쉬운 일을 할 때만 나타납니다.


심리학자 제임스 마이클스(James Michaels)는 타인의 존재가 어떤 사람에게 사회적 촉진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회적 억제가 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마이클스 연구팀은 버지니아공과대학교의 포켓볼 선수들을 몰래 지켜보고 그들의 실력을 먼저 평가했습니다.


이어 평가된 실력 정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선수들의 경기를 관찰하면서 무언가 기록하는 척했습니다. 이제 선수들은 관찰하는 사람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관찰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실력이 좋았던 선수들은 사회적 촉진 현상에 따라 성공률이 71%에서 80%로 향상된 반면, 실력이 낮았던 선수들은 성공률이 36%에서 25%로 떨어졌습니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에게는 타인의 존재가 사회적 촉진이 되었지만 실력이 나쁜 선수들에게는 타인의 존재만으로 성과가 떨어졌습니다.


실력이 부족한 선수에게 사회적 억제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타인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불안(evaluation apprehension)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를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시험이나 면접을 보면 망하는 이유는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평가 불안도 함께 커지기 마련입니다.


타인의 존재 뿐만 아니라 주의를 분산시키는 모든 것은 각성을 증가시킵니다.


조용한 도서관보다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야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음으로 인해 각성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카페나 이어폰을 꽂고 공부하는 것은 현명한 것일까요? 마찬가지 원리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미 알고 있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각성의 증가가 촉진을 만들어내지만 어렵거나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면 카페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사회적 촉진을 만들려면 과도학습이 답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력 발휘가 잘 안되는 이유는 새가슴이어서가 아닙니다. 과제가 생소하거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에게 매우 익숙한 과제를 수행한다면 타인의 존재는 사회적 촉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시청률 고공행진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관객 없이 녹화된다면 출연자의 화려한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 역시 줄어들 것입니다. 무관중 경기는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무대 체질, 즉 누군가와 함께 한 상태에서 성과를 높이려면 생소하고 어려운 일을 익숙한 일로 바꾸면 됩니다. 과제가 익숙하고 쉬울수록 사회적 촉진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소하고 어려운 일을 익숙하고 쉬운 일로 바꾸기 위해서는 과도학습이 필요합니다.


과도학습이란 ‘이만하면 됐지’라는 수준을 넘어서서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계속 반복해서 자동화될 때까지 학습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는 과천 아이스링크에서 가장 스케이트를 잘 타는 어린이였습니다. ‘이만하면 됐지’라는 수준을 넘어서 과도학습을 했기 때문에 많은 관중들 앞에서 사회적 촉진이 나타나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과도학습은 3F라고 불리우는 3단계의 반복 학습과정이 필요합니다.


첫 F는 Focus(집중)입니다. Focus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며 연습하는 것을 말합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은 베를린 뮤직아카데미 소속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탁월해지는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평범한 집단과 비범한 집단의 다양한 차이들 중 도드라진 점은 바로 집중력이었습니다. 상위 그룹은 연습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그 시간 동안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집중했던 반면에, 하위 그룹은 시간을 미루거나 늦장을 부리기 일쑤였습니다.


두번째 F는 Feedback(피드백)입니다. 피드백 과정에서는 실행 후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때 좋은 코치나 리더,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상입니다. 좋은 코치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발견하고 반복 연습으로 보완시키는 안목이 있는 사람입니다.


피드백 없이 반복 연습만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습니다. 피드백 없이 나쁜 자세로 1만 시간 동안 스윙을 연습한다면 뛰어난 골프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마지막 F는 Fix(수정)입니다. 잘된 샘플을 모방하는 수준이 Focus와 Feedback이라면 Fix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력이 정체기에 있다면 자신을 ‘약간’ 더 힘들게 밀어붙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보다 높은 목표를 정하고 학습하는 패턴에도 변화를 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발표를 잘하고 싶다면 익숙한 환경이나 대상이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 연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촉진의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촉진이 잘 작동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만하면 됐지’라는 수준을 넘어서는 목표가 필요합니다.


실력이 좀 부족하다면 혼자 집중해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실력이 생겼다면 서로에게 좋은 코치가 되는 장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효과적인 피드백을 교환하고 이전보다 높은 목표를 정한 다음 학습 패턴을 바꿔보는 것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함께 하는 조건에서 사회적 촉진이 발현되려면 혼자 있을 때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 경기나 재택 근무 등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표준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영역을 혼자 집중하면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 향후 사회적 촉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쉬운 과제와 어려운 과제, 우리 마음의 선택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