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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Dec 13. 2021

리더에게 필요한 소통 스킬은 경청보다 질문이다

리더십의 심리학

                                                                                        출처: 매일경제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랜드마크가 된 예술작품이 있습니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도 등장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작품인 유영호 작가의 ‘미러맨’입니다. 이 ‘미러맨’의 정식 명칭은 Square-M Communication인데요, 빨간 사각 틀이 미디어를 상징하고 틀에 손을 뻗는 인간의 형상은 미디어를 통해 만남과 소통에 적극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심리학자인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문득 함부르크 대학의 교수였던 독일의 심리학자 프리데만 슐츠 폰 툰(Friedemann Schulz Von Thun)박사의 커뮤니케이션 사각형(Communication Square) 모델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과 갈등관리에서 탁월한 연구 실적으로 학계에 잘 알려져 있지만, 특히 현실 세계의 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현장 전문가이기도 했습니다. 슐츠 폰 툰 박사는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모델을 기반으로 소통에 애쓰는 사람들이 왜 불통의 오해에 시달리는지 설명했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많은 리더들을 대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리더들은 구성원과의 소통을 그 어떤 것보다 중요시 여긴다는 점입니다. 정작 안타까운 점은 현장에서 제가 만난 대부분의 리더들은 구성원과의 소통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고 했지만 실제 구성원들의 체감 정도는 리더의 노력과 상관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리더의 소통 노력이 왜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인지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모델로 원인과 대안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모델(Communication Square Model, Four Sides Model of Communication)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모델은 현재 인간 관계 뿐 아니라, 인간과 로봇, 인간과 AI 간의 소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분석 도구입니다. 


말하는 사람(Sender)이 듣는 사람(Receiver)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보통 4가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날은 한 고객이 제게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박사님, 저희 회사 역량모델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메시지는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모델에 따르면 4가지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정보(Factual Information)차원은 ‘자사 역량모델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이고, 본심 드러내기(Self-revelation) 차원은 ‘과거 역량모델로 인해 현재 담당자로서 애로를 많이 겪고 있다’이며, 호소(Appeal) 차원은 ‘당신이 관련 전문가니 자사 역량모델을 개선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고민해 달라’이고, 관계(Relationship) 차원은 ‘우리가 이런 얘기를 편안히 해도 될만큼 가까운 사이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일 수 있습니다. 


하나의 메시지는 이처럼 각기 다른 차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Sender)이 어떤 차원에 집중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지 간파하는 것이 소통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어떤 한 차원에 주목해서 전달한 메시지가 듣는 사람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해석되는 일은 매우 흔하게 벌어집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은 복잡할 수밖에 없으며, 해석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갈등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슐츠 폰 툰 박사 역시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모델에서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소통은 다차원에 걸쳐 일어나므로 무엇이든 미루어 짐작하는 습관부터 버리라고 조언합니다. 


그렇다면, 상대의 커뮤니케이션 의중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개 많은 리더들은 경청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특히, 공감적 경청 스킬은 상대의 의중과 마음을 얻는 데 필수적인 소통 방법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공감적 경청 스킬은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탁월한 방법이 맞을까요?




관점 수용(Perspective Taking)이 아니라 관점 묻기(Perspective Getting)가 답이다.

 


만일 우리가 공감적 경청을 통해 상대의 관점을 수용하게 되면, 우리는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도울 것이고, 상대에 관한 고정관념을 줄일 수 있으며, 상대와 보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상대가 진정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만으로 알아낼 수 있을까요?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교 심리학과 탈 이엘(Tal Eyal) 교수와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니콜라스 에플리(Nicholas Epley) 교수, 노스이스턴대학교 다모어-맥킴 경영대학원의 매리 스테펠(Mary Steffel) 교수 등의 연구진은 다른 사람의 진짜 의도와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질문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진들은 학부생, MBA 재학생, 공장 노동자, 일반 노동자 등 2,816명을 대상으로 총 25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의 배우자부터 처음 만난 낯선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진짜 생각과 감정, 선호를 맞춰야 했습니다. 실험자들은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그룹에겐 타인의 진짜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내가 만약 그 사람이라면 어떤 사고와 느낌을 가졌을까’를 상기하며 상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위해 시도하게 했고 또 다른 그룹에겐 단순히 상대에게 어떤 생각과 느낌인지를 묻게 했습니다. 


연구 결과, 단순히 질문한 그룹의 정확도가 역지사지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과 느낌을 파악한 그룹에 비해 높았습니다. 연구진들은 후속 연구를 통해, 꼭 해당 주제에 관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대에게 질문해 보는 것은 상대의 의중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다시 말해, 다방면에 걸쳐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상대의 느낌, 감정, 선호도 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리더가 길러야 할 소통 스킬은 경청보다 질문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공감적 경청과 역지사지를 통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 소통 스킬인 것은 맞지만, 관점 묻기가 보다 나은 대안입니다. 관점 묻기에 필수적인 스킬은 질문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질문 스킬이 꼭 면담이나 업무 성과 점검, 혹은 관계 차원에서만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보는 것으로 질문 스킬은 개발될 수 있고 구성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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