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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Oct 27. 2021

하루 운동 2,500원 치.

탄산에 담가진 듯 상쾌하고 아찔한 운동의 맛.

아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온 날보다 몸무게가  더 불었다.


둘째를 낳고 100일쯤 됐을 때 실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둘째를 가지기 전에 한참 재미를 붙였던 운동이었다.


몸이 개운해지는 기분도 잠시 삼일 때쯤 됐을 때 무릎이 말도 못 하게 아팠다. 몸살까지 나서 며칠을 앓았다. 아직 몸이 성치 않았던 것이다.


다시 운동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을 때 재밌게 운동을 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낸 게 트램폴린이었다. 집에 커다란 트램폴린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놀이가 운동이 되니 정말 하기가 싫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말 힘이 들었다. 힘든 건 참을 수 있었는데 재미가 없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나와 맞지 않은 운동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트램폴린은 첫째와 둘째의 놀이기구 되었다.


마지막으로 구입한 것은 스탭퍼였다. 자리 차지하지 않으면서 두 발만 올리면 되니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올라가기만 하면 둘째가 웃으며 기어 오는 것이다. 둘째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스탭퍼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설상가상 또다시 무릎이 문제가 됐다.


그 후 오랫동안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


늘어난 몸무게 탓인지 근육통은 아주 달고 살았는데 결국 얼마 전에는 몸에 큰 문제까지 생겼다.


그냥 무릎 한 군데가 아니고 손목까지 온 관절이 시큰거렸기 때문이다. 동시 다발적으로 관절이 시리고 아픈 적이 없었기에 무서웠다. 그 관절을 쓰려고 할 때마다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돌보며 앉았다 일어나야 할 때가 하루에 수십수백 번인데 그때마다 손목이 시큰거린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했다. 무릎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끔찍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


1킬로의 무게가 늘 때마다 7kg의 하중이 무릎에 실린다는데 그렇다면 내 무릎은 아주 오랫동안 숨 쉴 구멍도 없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견디고 있느라 이제 탈이 나 버린 걸지도 몰랐다. 손목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방치해 버리기에 아직 써야 할 세월도, 내 나이도 너무 젊었다. 나는 다시 움직여야 했고, 어떡하면 한 번에 살을 확 뺄 수 있을까 공상을 이어가는 대신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루하루 천천히 빼더라도 다시 운동을 해야 한다. 기초대사량을 높일 수 있는 운동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걷기였다. 내게는 걷기만 한 운동이 없는데 지금 사는 집에서는 따로 아이를 데리고 걸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결국 아이를 돌보면서도 할 수 있는 운동,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 아이를 돌보면서 하기에 위험하지 않은 운동, 지루하지 않은 운동을 찾다 홈트를 시작했다.


첫날은 홈트를 하는데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화면을 보고 따라 하는데 손, 발이 내 마음처럼 빠르게 움직여지지 않을 뿐 따라 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 다리를 들면 반대쪽 손을 들고 얼추 맞춰 가며 하는 내 팔, 다리가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힘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생각보다 힘이 들지 않았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땀을 흘렸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 정도 강도라면 시간을 차츰 늘려 한 시간도 거뜬히 할 것 같은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날 일어났는데 당황스러울 만큼 허벅지 뒤편부터 시작해서 근육이 당겼다. 전날 운동을 할 때는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불편함이었다.


흐느적거리고, 늘어져 있던 내 살과 함께 근육들이 다시 탄력을 받은 게 분명했다. 이 아픔이 싫지 않았다. 그날 하루는 팔, 다리를 쓰는 게 좀 많이 불편 아픔이 달려 있는 게 좋았다.


운동 다음날부터 게으름이 다시 고개를 슬쩍 들었다.


'지금 팔, 다리 네 맘대로 되는 데가 한 군데라도 있어? 좀 쉬어. 아프다는 핑계 대는 거 잘하잖아.' 하고 나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하루였다. 그대로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정말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다 시작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정말 근육이 불편하고 아팠기에 쉬고 싶었다.


나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엄마에게 홈트를 했더니 정말 몸이 너무 시원하고 개운하고 좋다며 홈트의 장점에 대해 어필했다. 기분까지 좋아진다며 십 분이라도 좋으니 함께 하자고 했다. 아픔도 나눠서 지면 덜 아픈 법이다. 나보다 더 홈트 초보인 엄마를 모셔온 건 그런 탓이었다.


엄마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렇게 좋은가 싶은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리고 홈트에 세계에 발을 들이셨다.


웰컴 투 홈트. 우리는 함께 반 박자 늦게 동작들을 따라 하며 누구보다 숨을 거칠 게 쉬었다. 그래도 동작들이 스트레칭 느낌이 강한 동작들이라 따라 하기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 점이 엄마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엄마는 십분 가량을 나와 함께 하고 퇴장하셨지만 몹시 만족스러워했다.


엄마는 떠났지만 나는 아픔을 참고 운동을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았다.


어제만큼 개운하지 않았다. 아픈 팔, 다리를 흔들어 봤자 그냥 아팠다.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은 어제보다 훨씬 컸다.


흐르는 땀이 떨어질 새도 없이 신랑에게 운동을 했다는 인증샷을 찍어 보냈다. 칭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신랑은 질색팔색을 하며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고 좀 과한 반응을 보였다.


역시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다.


'아... 나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땀 좀 흐르려고 할 때 거기까지만 한 건데. 다음날은 진짜 무리 한 번 해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동기부여가 제대로 된 것이다.


삼일째가 됐다. 어라? 깼는데 어제만큼 몸이 아프지 않았다.


그때 마음속에서 게으름이 또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생길 근육도 없는 거 아냐? 이제 좀 쉬엄쉬엄 해도 될 거 같은데." 하며 말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쉬자고 하고 몸이 편하면 편하다고 널브러져 있겠다고 하고.


솔직히 둘째 날보다 삼일째가 더 하기 싫었다. 일주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 습관으로 자리 잡힌 다는데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시간이 왜 이리 더디게 가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확실히 몸이 편하니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은 맞았다. 몸의 근육이 불편하지 않은데도 하지 않는 건 반칙을 저지르는 것 같이 찜찜하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화면을 켜고 홈트를 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길게 했다.  


사실 오늘이  삼일 째이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 전 운동을 할 구실을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신랑에게 내가 하루에 홈트로 한 시간의 운동량을 채웠을 때 5,000원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신랑은 흔쾌히 좋다고 했다.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날 2,500원 치의 운동을 했다. 그 이상은 정말 무리였다.


그리고 다음날 온몸에 성이 난 근육들을 풀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5,000원 치의 운동을 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기를 쓰고 했는데도 4,000원 치의 운동량밖에 채울 수 없었다.


신랑의 등골을 빼먹으려 시작한 운동이 아니기에 아무리 많이 하는 날도 최대한도가 5,000원이다.


매일 5,000원의 할량을 채우다 보면 내년 복덩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길에 예전에 입던 옷들을 꺼내 입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건강하고 날렵해진 몸으로 아이들을 더 잘 보살필 수 있을 것이다. 또 지금보다 더 신나게 더 오래 놀아줄 수도 있겠지.


신랑에게도 다시 여리고 아련한 코스모스였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 그토록 다시 해보고 싶었던 업히고 안기는 걸 해야지.


지금은 신랑이 한다고 해도 무릎과 허리가 나갈까 봐 스스로 피한다. 함께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 나의 홈트는 일주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3일을 운동을 한 결과 나는 살을 0.1킬로 뺐다. 가장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살이었기에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지만 알고 있다. 근육이 붙고, 살이 빠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첫날 0.7킬로가 빠진 건 정말 정말 운동을 안 하다가 해서 일시적으로 빠진 것일 뿐 다시 그 무게가 붙었고, 운동을 하기 전과 같은 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기초대사량이 늘었을 것이고, 운동을 한 만큼 몸에 있던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붙었을 것이다.


눈에 확 띄는 변화도 있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성취감 때문인지 땀을 흘려서인지 기분이 산뜻하고 몸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정신도 평소보다 맑아진 듯하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집중력도 좀 높아진 것 같다. 이 흐름을 따라서 중편동화도 소설도 술술 써내려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될 만큼.


여러모로 운동은 참 좋은 것 같다.


더는 물러설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운동과의 전쟁에서 이번만큼은 꼭 이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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