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한 사자가 아름다운 처녀에게 반하여 청혼했다. 처녀의 부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딸을 사자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백수의 제왕을 화나게 만들고 싶지도 았았다. 마침내 처녀의 아버지가 말했다.
“폐하의 제안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딸은 연약하고 어린 소녀입니다. 우리는 폐하가 사랑으로 한 행동이 그녀를 다치게 만들까 봐 두렵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만약 폐하가 발톱을 없애고 이빨을 뽑으신다면 당신의 제안을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자는 처녀를 몹시 사랑했고, 그래서 발톱을 다듬고 큰 이빨을 뽑았다. 하지만, 사자가 어린 소녀의 부모를 다시 찾아갔을 때, 그들은 사자를 비웃기만 할 뿐이었다.
1.
처녀를 향한 사자의 사랑은 아마도 진실된 사랑이었을 것이다.(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인지 여부는 논외로 하자) 그렇기에 사자는 기꺼이 자신의 발톱과 이빨을 희생했다. 하지만, 발톱과 이빨을 잃은 사자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백수의 제왕이라는 권위도 사라졌다.
그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고 필요한 것이더라도,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없애는 것은 조심하자. 당장은 그것이 소중한 것을 얻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길게 보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고 억지로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 나와 잘 어울리는 회사를 떠나서 맞지 않는 회사로 이동하는 것, 신뢰로 묶여있는 파트너를 두고 평판이 좋지 않은 파트너의 손을 잡는 것 등은 내 강점을 나 스스로 없애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일을 잘 해낼 수도 있고, 맞지 않는 회사에서 성과를 낼 수도 있으며, 평판이 좋지 않은 파트너와 의외로 좋은 팀워크를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고민과 자기 확신이 없다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2.
사자의 이빨이 다시 자랄지는 모르겠지만, 발톱은 다시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빨과 발톱이 무뎌졌다고 사자를 홀대했다가는, 나중에 큰 보복을 당할 수 있다.
눈앞의 상대가 약하다고 해서, 혹은 약해졌다고 해서, 그가 앞으로도 계속 약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 사람이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작지만, 먼 훗날에는 다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장의 처지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