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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교사 필독서 '처음부터 잘하면 교장이게?' 읽고

by 스티븐 킹

며칠 전에 큰아들이 '처음부터 잘하면 교장이게?'라는 책을 가져다준다. 소담 주니어 출판사 사장님이 '뜰북'에서 내는 책인데 아들인 김건구 선생이 감수를 하게 한 책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현직 교사로 있는 아들이 교직 생활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알 것 같아 일본인 저자인 마에카와 도모미 선생님이 쓴 책을 안소현 씨가 옮겼지만 매끄러운 문장과 교직과 관련된 언어로 치환해야 해서 부탁을 한 것 같다. 아들로서는 감수한 대가를 받았고 또 책에 이름이 실렸으니 좋을 것 같다.

KakaoTalk_20250822_183000425.jpg '처음부터 잘하면 교장이게?' 표지

문득 아들이 효리원에서 낸 'AI 로봇 백과'라는 책이 떠올랐다. 아들이 심혈을 기울여 썼지만 로봇의 박사가 아니다 보니 전문가인 배준범 교수를 내세워 감수를 한 책인데 아들이나 내 입장에서는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저자인 아들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감수를 한 교수의 얼굴 사진까지 큼지막하게 찍어 책에 넣었기 때문에 아들을 추켜 올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매절 계약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어 아들이 감수를 한 것이다. 아마 작가나 옮긴이 입장에서는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출판사의 의도를 무시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일단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 또 표지도 아주 귀엽다. 책은 스야스야코라는 일본인 만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문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세요.'라는 문구가 만화 위쪽에 매번 나오는데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우리나라 정서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데 반대로 읽으려니 꽤 불편하다. 하지만 만화 옆에 '새내기 교사의 속마음'은 글씨체까지 바꿔 나오는데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 정말 새내기 교사의 속마음을 보는 것 같아 보는 재미가 있다.

KakaoTalk_20250822_183001313.jpg 글, 옮김, 감수 소개

글'1년 차부터 5년 차까지 새내기 교사의 생존 지침서'라는 문구가 가장 어울리는 책이다. 지금은 선배 교사가 된 작가가 초임 때 가졌던 마음을 사실대로 표현한 책인 것 같다. 다른 교사보다 일을 못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연구수업에 부담을 느낄 때, 또 학생들이 제대로 못하거나 학교의 잡무가 많을 때 등등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때는 화장실에 가서 울고 싶은 마음을 잘 표현했다. 새내기 교사에게는 중견이나 선배 교사의 따뜻한 관심이 최고일 것이다. 베테랑 교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문득 내가 유치원에 실습을 나갔을 때가 생각난다. 나의 선배 교사로 실습을 담당한 젊은 처녀 선생님은 몸집이 크고 목소리가 우렁찼다. 그런데다 아이들을 큰 소리로 잡았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실습으로 나간 내가 감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항상 주눅이 들어있었다. 배울 점이 없는 교사라고 여겼다. 실습 일지에 솔직히 쓸 수 없어서 심히 괴로웠던 기억이다.

세월이 흘러 어린이집 교사로 갔을 때는 선배 교사가 몸집도 작고 예쁘게 생긴 데다가 소곤소곤 말하면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있고 동화책을 읽어줄 때면 동화책 겉표지에 주먹으로 살살 두드리며 '열려라, 참깨!' 하고 읽어주었다. 얼마나 좋던지 나도 그 교사를 롤 모델로 삼았다. 그리하여 어린이집 원장을 할 때도 아이들을 모아놓고 동화책의 겉표지를 손으로 두드리며 이야기가 곧 전개될 것을 알려 주는 모션으로 '열려라, 참깨!'를 외쳤다. 그러면 아이들은 모두 내 행동을 따라 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니 새내기 교사한테 선배 교사의 롤 모델은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단순한 것이 최고예요(simple is the best). 자신의 수업 과제와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선배 교사의 한마디가 크나큰 위안이 되는 수도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당신이 쓰러진 것에는 관심 없다.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본다.

KakaoTalk_20250822_183002424.jpg 만화와 새내기 교사의 속마음

<◆ '가르쳐 주지도 않았으면서 야단쳐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일도 못하나요?"

"이 정도는 그냥 생각하면 알 수 있잖아요."

"요약본에 쓰여있지 않나요? 안 읽었어요?"

"대학교에서 안 배운 건가요?">

위의 말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보통 우리는 새내기 교사에게 저렇게 말하기가 쉬울 것이다.

아래의 글은 작가의 선배가 한 말이다.

<어떤 일을 할 때에는 곤충의 눈, 새의 눈, 물고기의 눈, 이 세 가지 눈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곤충의 눈은 눈앞에 있는 세부적인 것을 보는 눈, 새의 눈은 높은 시점에서 폭넓게 보는 눈, 물고기의 눈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눈이다.>

KakaoTalk_20250822_183003443.jpg 본문 내용

<· 평범한 (중견) 교사는 지시를 한다.

· 좋은 (중견) 교사는 설명을 한다.

·우수한 (중견) 교사는 실천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최고의 (중견) 교사는 (새내기 교사의) 학생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멋진 말이 많은 책이다. 나도 새내기 교사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는 중견교사의 입장이 될 수 있을까?

교사 대신에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에 대입시켜도 좋을 말이다.

KakaoTalk_20250822_183004820.jpg 'AI 로봇 백과'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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