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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읽는 세계, 은유로 읽는 경제

조수진의 머니 잇(Money It)

by 조수진

와인을 마시는 프랑스 고양이 — “회의는 따분하다”며 샤도네이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본다.

앱을 만드는 미국 고양이 — 말없이 노트북을 열고, 곧 앱스토어에 새 앱이 올라간다. “일은 안 해. 플랫폼만 만들면 너희가 일하잖아?” 뒤에서 판을 짜는 중국 곰 — 조용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모든 원자재를 사들인다.

“판은 내가 짜고 있어. 너희는 그냥 잘 놀아.” 티를 마시는 영국 여우 — 조용히 티포트를 따르며 말한다. “혼란 속에서도 품격은 지켜야 해.” 노래하는 이탈리아 공작 — 회의 중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

“인생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야!” 마법 같은 기술을 보여주는 인도 코브라 —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한다. “IT 서비스는 요가처럼 유연해야 해.”

이와 같은 국가별 동물 풍자 시리즈가 공감을 얻는 이유는, 동물은 각기 고유한 성향과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특정 국가의 문화적 특징이나 경제적 성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포츠 팀의 마스코트나 국가 상징, 속담, 언어 등에도 깊게 반영되어 있으며, 그 동물의 성격이 비교적 일관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쉽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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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물론, 같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나라별로 인식하는 이미지가 다를 수 있어 외국어 속 은유적 동물 표현이 때때로 낯설거나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경제 용어 속 동물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각국이 동물에 대해 가지는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동물 고유의 상징성과 성향 덕분에 쉽게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


■ 긍정적인 동물 표현들


▲ 캐시 카우(Cash Cow): 투자 대비 수익이 큰 효자 사업을 뜻한다. 젖소처럼 계속 우유(=현금)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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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 불 마켓(Bull Market): 주식이나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장. 황소는 뿔로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므로, 상승하는 흐름과 연결된 표현이다.

▲ 유니콘(Unicorn):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예: The Economic Times에 보도된 기사 “Soonicorns at scale: The AI-driven sprint to India’s next unicorn wave at ET Soonicorns Summit 2025” → 인도의 차세대 유니콘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

■ 부정적인 동물 표현들

▲ 베어 마켓(Bear Market):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시장을 뜻한다. 곰이 위에서 아래로 발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

▲ 피그 인베스터(Pig Investor): 욕심이 과해 무리하게 투자하는 사람을 뜻한다. 월가의 유명한 속담에서 유래됨: “황소도, 곰도 돈을 벌지만, 탐욕스러운 돼지는 도살당한다.(Bulls make money, bears make money, but pigs get slaughtered.)”

▲ 도그(Dog in BCG Matrix): 수익성도, 성장성도 없는 사업을 뜻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도구인 BCG 매트릭스(Boston Consulting Group, 1963년 설립)에서 유래되었으며, ‘정리 대상’으로 간주된다. 예: 스트리밍 시대에 철수된 MP3 플레이어 사업처럼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수익도 나지 않는 제품 또는 사업을 말한다. 한국에서 ‘개’는 충성스럽고 친근한 존재로 인식되지만, 1970년대 당시 서구권에서 ‘개’는 먹을 건 먹고, 일은 못 하고, 정리하기는 애매한 존재로 풍자되며 이 용어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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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 독수리 같은 미국, 학 같은 한국

요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 방식을 보면, 자유롭게 하늘을 날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에는 갑자기 매서운 발톱(관세)을 내려찍는다. 겉으로 보기엔 본능적인 공격 같지만, 실제로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계산된 전략을 지닌 ‘발톱을 숨긴 독수리’와 같다.

반면, 요즘 점점 강해지는 K-파워를 보면 힘으로 누르지 않아도, 감정과 이야기로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춤과 음악, 드라마와 이야기로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이 존재는 — 바로 “춤추는 학”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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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특정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오늘도 세계는, 경제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글 Soojin Cho (조수진)

- (주)일미푸드 대표이사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이사)

- 펜실베니아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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