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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넥타이를 풀다

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by 조수진

JTBC 토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 요즘 깊이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나의 남편, 아빠, 아들이 그대로 저렇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며, 배우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주말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이 드라마는 김부장(류승룡 분)이라는 대기업 잘 나가는 50대 부장이 임원 승진을 앞두고 겪는 일들을 통해 내적·외적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대기업 부장, 서울 자가가 인생의 성공이 아니라 하나의 환상일 수 있음을 보여 주며, 지방 발령, 희망퇴직 압박, 상가 분양 사기 등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소재들을 다뤄 줄거리의 몰입감을 더욱 높인다. 김부장이 정말 지키고 싶은 것이 승진과 서울 자가인지,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사람인지를 깨달아 가며 한 가족의 가장으로 발버둥 치는 과정을 통해, 한국식 ‘성공 신화’의 민낯을 보여 주는 현실 풍자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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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직함에 따른 양복 스타일과 와이셔츠 색상도 미세한 차이를 두고 있다. 27년 차 상무 백정태는 베스트까지 갖춘 스리피스(three-piece)를 입고 등장한다. 슈트라고도 불리는 정장은 프랑스어 suite에서 유래되었으며, 그 의미는 'following(따르는)'이다. 재킷(jacket), 바지(trousers)로 투피스(two-piece)를 이루고, 여기에 조끼(waistcoat)까지 갖추면 스리피스가 되듯 한 가지만 입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옷들이 따라(following) 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fashion statement로는 타이핀(tie-pin)이나 프렌치 커프스(French cuffs)를 활용해 슈트에 포인트를 주며, 가장 ‘상사답게’ 슈트를 다소 화려하게 입는다.

김부장의 와이셔츠는 늘 흰색이다. 여기서 와이셔츠는 일본식 발음 'ワイシャツ(wai-shatsu)'에서 탄생한 콩글리시다. 영어로는 dress shirt, button-up shirt, button-down shirt(collar 아래에 버튼이 있는 셔츠)를 사용하면 된다. 김부장의 부하 직원들은 다양한 컬러나 스트라이프(striped shirt)를 입으며 좀 더 신세대스러운 슈트 룩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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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류승룡 스틸. [사진= 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직함에 따른 양복 스타일과 와이셔츠 색상도 미세한 차이를 두고 있다. 27년 차 상무 백정태는 베스트까지 갖춘 스리피스(three-piece)를 입고 등장한다. 슈트라고도 불리는 정장은 프랑스어 suite에서 유래되었으며, 그 의미는 'following(따르는)'이다. 재킷(jacket), 바지(trousers)로 투피스(two-piece)를 이루고, 여기에 조끼(waistcoat)까지 갖추면 스리피스가 되듯 한 가지만 입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옷들이 따라(following) 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fashion statement로는 타이핀(tie-pin)이나 프렌치 커프스(French cuffs)를 활용해 슈트에 포인트를 주며, 가장 ‘상사답게’ 슈트를 다소 화려하게 입는다.

김부장의 와이셔츠는 늘 흰색이다. 여기서 와이셔츠는 일본식 발음 'ワイシャツ(wai-shatsu)'에서 탄생한 콩글리시다. 영어로는 dress shirt, button-up shirt, button-down shirt(collar 아래에 버튼이 있는 셔츠)를 사용하면 된다. 김부장의 부하 직원들은 다양한 컬러나 스트라이프(striped shirt)를 입으며 좀 더 신세대스러운 슈트 룩을 연출한다.


넥타이의 유래는 17세기 30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에 파병된 크로아티아 병사들은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전장에 나갔다. 이는 ‘마귀를 쫓는다’라는 의미가 있어, 아내 혹은 딸이 아빠나 남편인 병사들의 목에 매 준 스카프로 그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상징이었다. 크로아티아 병사들의 스카프는 당시 루이 17세(Louis XVII)의 눈에 띄었고, 루이 17세가 한 병사에게 “저것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이를 잘못 이해한 병사가 "크라바트입니다"라고 대답하게 된다. 여기서 cravat(크라바트)는 '크로아티아 병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사실 한 병사의 동문서답이 크라바트라는 단어가 넥타이가 된셈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부장인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회사는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데, 왜 나는 평생 회사를 책임지듯 살았지?" "부장이 아니라, 김낙수로 살아도 괜찮은 인생이면 좋겠다"와 같은 드라마 속 대사의 흐름은 김부장이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병사들이 목에 두른 빨간 스카프가 '무사 귀환'을 바라는 가족의 간절함이었다면, 김부장의 정통 윈저 노트로 매듭 지어진 넥타이는 '회사로의 무사 귀환'을 위한 갑옷과도 같다.

회를 거듭하면서 김부장의 깨달음은, 정말 중요한 것이 넥타이 매듭을 더 멋지게 조이는 일이 아니라 언제, 무엇을 위해 그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임을 드러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다시 이어지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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