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쏟아지는 비
땅이 마주 볼 겨를도 없이 소리 내며 쏟아져 내렸다
두둑 두두둑 두두두두
진창 퍼부어 쏟아내는 울부짖음이
한바탕 내리꽂혔다 하늘에 쌓인 한처럼
울음은 쏘아대는 총알 같아서 땅은 아팠다 신음하며 견뎠다
볼 수는 없지만 비를 느낄 수 있었다
비와 함께 땅도 울고
날카로운 타격은 어루만짐이 되었다
갈라진 곳을 메우며 거친 표면을 쓰다듬는 비의 어루만짐
이젠 비가 아닐 것이다
쏟아져 내린 너를 안고 너와 몸을 섞은 땅은
내일부터 다시 너를 잃어갈 것이기에
오늘의 낭만은 오늘까지
땅의 달콤한 고백도 오늘까지
너의 수분이 나를 적셔 사랑을 알았고
고요에 머무르는 법을 배웠으며
자라는 누군가에게 생기를 줄 수 있었다고
비로 찾아왔던 너는
한껏 달아오른 땅의 속삭임을 마음으로 반복 재생하며
끝내 어그러진 욕망에 비켜줄 자리를 한 번 더 다져내었다
매일 조금씩 뜯기는 벽지처럼 날아갈 준비를 하며
너무 말라버렸을 때 다시 오겠노라고
오늘의 충만한 수분을 적시고 또 적시며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