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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고 싶은, 넓히고 싶은 틈

by 해산

해산


단풍은 아직 먼 걸음인데

물들다 바람결에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길게 드러누워 버린 여름과 눈맞아 옆에 드러누운 겨울 사이

가을의 틈은 점점 좁아져

엄마 아빠 가운데 비집고 들어간 아이처럼 끼이고 말았구나


가을을 반기는 아이들이

이른 낙엽을 흩날리며 파티를 연다

꼬맹이들의 아들, 딸도 가을 파티를 할 수 있을까……


찢어진 내 연골판의 틈은 채우고

튼튼한 다리로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힘껏 밀어

틈을 넓히면 좋을 텐데

사람 사이 미운 틈은 채우고

노랗고 빨간 추억의 틈은 넓히고 싶듯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


목청껏 가을 노래 부르면 넓어질까?


남이섬에서

태어나 처음 보는 단풍이 신기해

하얀 이 드러내고 붉은 단풍잎 꼭 쥔 채 사진 찍던

한 외국인의 미소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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