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틈이 벌어졌다
틈이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
걸었다
살았다
말이 공기를 찢고 날아든 파편이 되고
눈빛 하나가 깨진 유리 조각처럼 틈을 파기도 했다
틈이 벌어지고
어느 날 전부가 돼버린 것 같고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랐다
시작이 보이지 않았다
틈이 아니게 되어서야 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틈이 벌어지는 줄 몰랐던 한 날이 있었다
꽃으로 피어나는 시절, 연노랑 종이 한 장에 추억을 쓰려던 날
날아드는 꽃잎들
틈은 소리 없이 거대해졌고
죽음으로 가는 틈이 되었다
꽃이 틈으로, 틈으로 밀려 들어갔다
손으로 가릴 수 없게 된 틈 사이로, 끝없이……
꽃은 물이 되어 차올라 틈 위로 넘쳐흘렀다 흐르지 못한 강이 흐르고야 마는 이야기는 영원하므로
모두가 틈을 보았다
여기 틈이 있었어요, 찢어지는 종이처럼 외쳤다
틈이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
오늘도 틈을 딛고 걷는다
탑을 쌓으며
먹는다
운 좋게 틈을 발견하면
이 정도는 괜찮아, 틈처럼 말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