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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Apr 13. 2021

나는 오늘도 토마토를 먹는다.

D - 75, 짭짤이 토마토는 맛있다.

중간에 재는 걸 깜빡함. 6시간. 앞글자 복습 2시간 10분 + 빈칸 목차 공부

앞글자는 매일 보다 보니 거의 다 외웠는데, 목차는 정말 답이 없다. 내 부족한 실력을 열심히 깨우쳐 주시고 계신다. 앞글자를 외우면 붙는 게 아니라 목차를 외우면 붙는 거였군요. 근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외우나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난 목요일에 주문한 짭짤이 토마토가 도착했다. 전에는 쿠팡에서 가장 싼 토마토인 곰곰 토마토를 먹었었는데, 마지막으로 받았던 녀석이 정말 끔찍하게 맛이 없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아름다운 녹색빛이다.


최근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앞으로 돈을 함부로 쓰기로 했다. 곧 회계사가 될 몸이니까! 그래서 곰곰 토마토보다 두배나 비싼 짭짤이 토마토를 주문했다. 토마토 주제에 100g당 1000원이 넘는다니, 정말 건방지다. 맛도 건방지다. 토마토 주제에 너무 맛있다. 진짜 살살 녹는다. 이 정도면 토마토가 아닌 다른 무언가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니면 내가 그냥 맛없는 토마토만 먹어왔던 건가..?




토마토를 먹기 시작한 건 2019년 여름부터였다. 학교를 다니면서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있던 나는 배민에서 공짜로 주는 배달음식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당시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은 피 터지게 싸우느라 할인쿠폰을 엄청나게 뿌려댔는데, 나는 운 좋게도 하루 한 번은 선착순 5000명 안에 들어서 치킨이나 중국음식을 획득할 수 있었다. 냉장고에는 항상 먹다 남은 치킨이 있었고, 종종 어향가지와 군만두와 같은 중국음식들이 남은 빈자리를 차지했다. 내 혀는 하루하루가 아주 즐거웠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화도 잘 안되고, 건강도 점차 맛이 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공부를 하려면 건강도 관리해야 하니까. 더 맛이 가기 전에 채소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시 내 눈에 든 게 근처 마트에서 진열하고 있던 토마토였다. 6개 30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날부터 매일같이 토마토를 먹기 시작했다. 아침은 토마토 1개. 저녁은 토마토 2개랑 닭가슴살. 주말에는 특별히 냉동삼겹살과 치즈를 사서 토마토와 곁들여 먹었다. 이렇게 먹다 보니 2달 동안 거의 4~5kg가 빠졌던 것 같다.


본가에 내려와서도 심심하면 토마토를 먹었다. 어머니께서 계란 토마토 볶음을 습득하셔서 자주 밥상에 내시기도 했고, 속이 좀 안 좋다 싶을 때도 토마토를 먹었다. 점심으로는 토마토, 바나나, 고구마에 우유나 두유를 넣고 갈아서 마셨다.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은데 건강에도 좋다. 시험공부를 위해서 식사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하던 나의 니즈에도 딱 들어맞는 녀석이었다. 그냥 쭉 마시기만 하면 되니까. 정말 나의 최애 레시피였는데, 지금 있는 자취방에는 믹서기가 없어서 만들 수가 없다는 게 정말 아쉽다. 음.. 그냥 믹서기도 사버려??




이전에는 토마토를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꿀이나 올리고당을 넣지 않고는 굳이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집에서 자주 먹지 않기도 했고. 요즘은 토마토를 먹을 때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먹는다. 처음 한 입은 몸이 거부하는 느낌인데, 먹다 보면 또 시원한 맛이 아주 좋다. 하지만 곰곰 토마토는 도저히 올리고당 없이는 먹기 힘들었다.. 애초에 상태가 안 좋은 물건이기는 했다. 과육도 엄청 흐물흐물하고.. 처음 먹었던 상품은 먹을 만했었으니까. 그래도 이후로는 도저히 손이 안 가서, 그냥 근처 마트에서 토마토를 사 먹었다. 마트에서는 대저토마토(짭짤이 토마토)도 팔고 있었는데, 크기도 너무 작고 가격도 거의 2배 차이가 나서 항상 그냥 구경만 했었다.


종종 보던 트위치 tv의 스트리머가(1년째 다이어트 중이다) 짭짤이 토마토를 자주 언급해서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듣자 하니 다른 토마토보다 맛있다고 했다. 호기심은 있었지만 가격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지난주 점점 커지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정말 시뻘겋게 익어버린 녀석이었지만(녹색일 때 더 맛있다.) 그래도 원래 먹던 놈보다는 맛있었다. 좀 더 진하고 강렬한 맛이었다. 다른 과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그래도 이 녀석은 너무 익어버린 놈이라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흠, 맛이 간 놈도 이 정돈데, 싱싱한 녀석은 얼마나 맛있을까? 


곧바로 쿠팡으로 2.5kg를 구매했다. 별점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말이다.


영롱하다.


학교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원래 8시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가려고 했는데, 이 날씨에 문 앞에서 혼자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을 토마토 상자가 자꾸 아른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6시쯤 잠시 자리를 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세 놈을 꺼내 손수 조각내어 주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완전히 익어버려 물컹물컹하던 평소의 토마토 놈들과는 결이 다른 친구였다. 아삭아삭했다. 정말 그리운 식감이었다. 맛도 달랐다. 이걸 달다고 해야 할지, 짭짤하다고 해야 할지. 단순히 달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주 진한 맛이었다. 왜 별칭이 짭짤이 토마토인지 언뜻 이해가 되는 맛이다. 음, 묘사하기가 힘드니 다들 그냥 직접 먹어보셨으면 좋겠다. 맛있다니까.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2~3개씩 먹고 있다. 친구들이 점점 붉게 변해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 후딱 먹어치워야 하나 싶기도 한데, 너무 아깝다. 아껴먹고 싶은데..


의사가 가장 싫어하는 게 토마토라는 농담도 있더라. 당연히 농담이겠지만, 토마토가 그만큼 몸에 좋다는 소리다. 심심하면 주변에 토마토를 먹으라고 전도하고 다니는데, 잘 먹히지는 않는다. 진짜 괜찮은데, 왜 다들 토마토를 거부하지? 맛있는데.


음, 말이 길었는데, 다들 토마토를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 다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지. 토마토 드세요. 두 번 드세요. 나는 토마토를 많이 먹어서 외계 생명체가 발견될 때까지 오래 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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