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흙같은 고요
"삐 소리가 나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하고,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나를 가두는 것.
보통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검사인데, 나에게는 곧 온 우주가 어두워질 일.
오른 쪽부터 시작한다. 삐- 삐-
높낮이가 다른 그 작은 음에 집중해서 나는 열심히, 시험을 보듯이, 정말 집중해서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그 다음이다, "왼쪽 귀 시작할게요" 라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때부터 마음이 서-늘해진다.
"안하면 안돼요?" "안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는다.
1평 남짓한 공간, 눈을 감고 나는 어둠 속으로 깊게 하강한다.
모든 것이 정적인 공간.
세상이 깜깜한 기분.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시간.
칠흙같은 고요를 느끼는 시간.
'어차피 안들린다고 했잖아요. 왜 검사를 하는 거에요.
이 칠흙같은 고요를 또 한번 느끼는 게 너무 괴롭단 말이에요.' 라고 속으로라도 불평을 해본다.
문이 열린다. 멈췄던 세상이 다시 돌아가고 들리는 소리.
"왼쪽, 정말 안 들리세요?"
"네. 안 들려요."
그렇다, 나는 반쪽 귀머거리다.
한 쪽으로만 이 세상을 들을 수 있는,
다른 한 쪽은 칠흙같이 어두운 고요를 들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