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기버가 되려는 다짐! [기브 앤 테이크] by 아담 그랜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기버로 자라나면 좋겠다.
문맥 없이 다 희생해 버리는 기버 말고, 현명한 Giver.
요즘 가장 많이 연락하고 매일매일 톡을 주고받는
열여섯 명의 사람들이 있다. 무려 매일 아침과 오후에
규칙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신기한 것은 불과 세 달 전까지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었다.
혼자 여행을 하는 중에도 그분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했던...
(그 자세한 에피소드가 궁금하시다면)
그렇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급히 뭉쳐진 카풀 패밀리다.
딸 고등학교 카풀, 우리까지 다섯 가정,
아들 중학교 카풀, 우리까지 다섯 가정.
우리를 빼고 난 나머지 여덟 집의 엄마 아빠들과
매일 아침저녁 성실히 문자 한다
'몇 시, 몇 분에 아이들 내려 주었다.'
'어디에 주차했으니
아이들은 이쪽으로 타러 오면 된다.'
'지금 학교에서 출발한다,
도착 예상시간은 언제다.'
기본적으로 매일 오가는 이런 내용
외에도 많은 내용이 올라온다.
사람이 많이 모였으니 그럴 수밖에.
'오늘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 못 간다.'
'우리 아이는 오늘 오후에만 탈거다.'
'다음 주 수요일 내가 운전을 못하게 되었는데,
화요일과 목요일 중에 나랑 바꿔 줄사람 있느냐' 등등등.
개인적인 문자와는 달리 감정 없이
일을 나누는 것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서로 돕고 도움받는 경우가 있어
감사의 인사 정도는 수시로 오가기도 한다.
5 패밀리니까 일주일에 하루만 운전하면 되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시스템이
사실 편리하긴 해도 내내 편안하지는 않다.
한 줄 문자에서, 그 단어 사이에서 인격을 보게 된다.
친절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
대답은 잘 안 하면서 자기 필요한 질문만 하는 사람,
필요할 때 공손하게 부탁하는 사람,
부탁하는 주제에, 미리 맡겨 놓은 것
찾아가려는 듯이 무례하게 구는 사람.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사람,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맨낮 늦는 사람,
언제나 제시간에 나와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사람,
많이 늦어 놓고, 사과를 일도 안 하는 사람.
특정인에게 함부로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가스라이팅 하듯이 분위기를 이상하게 끌고 가는 사람.
사람 모인 곳은 다 비슷하다.
직장은 아니지만, 서로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 만난 관계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의 양상은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아침마다 다른 차에 우리 아이를 태우거나
내차에 다른 아이들을 태워가야 하다 보니,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 위에서는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 동네 학교 일정을 보면
월요일과 금요일에 휴일이 가끔 있다.
일주일에 하루씩 요일을 정해 카풀을 하다 보니,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맡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부분 그럴 테다.
스케줄 정할 때 자기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며
금요일이나 월요일을 맡으려는 사람이 있고,
대충 핑계를 만들고 우겨서 금요일을 맡았지만,
막상 안 되는 금요일이 많아 자주 시간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봤다.
일주일에 겨우 하루인데, 그걸 맞추기 힘들까?
외동아들이고 맞벌이 부부지만 늦을 때마다
그냥 아들을 직접학교에 데려다주는 걸 보면
(가끔도 아니고 자주 있는 일이다)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뻔히 보이게
자기에게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로 보인다.
금요일이 안 되는 날이 많으면 미리 예상이 될 텐데
굳이 금요일을 그렇게 사수하려고 했을까
같이 금요일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자기가 먼저 금요일을 하겠다고 말한 이유로
가차 없이 그날을 잡았다.
정해진 시간에 자주 늦는다.
늦고도 미안하다는 얘기가 없을 때도 있고,
가끔 미안하다고 하기는 하는데
정말 미안하면 안 늦으려고 노력하겠지.
어떤 방식으로든 무임승차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한 달 두 달 계속 지나다 보니,
그 사람의 특징이 한눈에 보였다.
전형적인 테이커(taker).
아담 그랜트는 [Give and Take]라는 책에서
기버, 매쳐 그리고 테이커를 소개한다.
Giver, Matcher, and Taker.
사람들의 상호작용 방식에 따른 것인데,
이 인간관계가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놓았다.
기버는 말 그대로 주는 사람이다.
이타적이어서 이용당할 위험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케이스라고 한다.
가장 실패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기버들.
퍼센트로 따지면 세상에는 기버 성향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가장 적다고 한다.
테이커는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이다.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에 집중하고
항상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려고 한다.
당연하게 받으려는 사람이다. 받고도,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매쳐는 하나 받으면 하나 주려는 사람이다. 인구 중
가장 큰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 매쳐라고 한다.
받는 만큼만 주니 공정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고 한다.
테이커는 여기저기서 받으려고 하니까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세상에 가장 많은 게 매쳐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나를 받아야 하나를 주지.
그럼 기버들은 테이커들한테
빼앗기지 않게 조심만 하면 된다.
그리고 세상에 가장 많은 게 매쳐이기 때문에
기버가 하나를 주면 보통 하나를 다시 돌려받게 된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평생 살면서 몇 명의 테이커들을 만났고,
소수의 기버들을 보았다. 현명하지 못한 기버가 테이커
들에게 빼앗기는 것만 보며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테이커의 태도를 보면 화가 난다. 멋모르고
주게 된 적도 있다. 물론 돌려받지 못했다
그런데 기버가 멋있어 보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행복한 건 기버일 것 같았다.
기버처럼 살아볼 노력을 해봤는데
그럼 테이커들이 만만하게 보고
고마워하지도 않으며 내 것을 자기 것 인양
가져가려는 게 눈꼴셨다. 그래서
대체로 매쳐같이 행동하려고도 했다.
일단은 먼저 기버가 된다. 그 후에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계속 기버가 될지
깔끔하게 매쳐가 될지 정해왔다. 이런 내 생각이
이 브런치 북의 제일 처음 글의 바탕이 된 것이다.
( 처음 글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여길 클릭)
테이커가 될 생각은 없다.
다른 사람 거 조금 더 취해 재벌이 되는 것도 아니고,
관계만 잃는다. 테이커를 보면 궁금했다. 결국 저게
자기 손해인데 그걸 모르나? 똑똑하지 못한
그 사람이 답답했고, 잠시나마 테이커가
위너로 보일 때가 있어서 속상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는 걸 확인했다.
몇 번의 통쾌한 확인을 통해 이제 더 이상 그런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감정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테이커가 직접 내 피부에 닿는 일이 생기면
잠시 다시 끓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럴 땐
머리가 가슴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저 사람 계속 저렇게 하면 금방 망해."
기버가 잠깐 보면 손해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기버로 자라나면 좋겠다.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소한 행복을 많이 누리게 하고 싶어서.
나도 기버가 되려고 노력한다.
바보 같은 기버 말고, 현명한 기버.
기브 앤 테이크 책 챕터 7 Chump Change:
Overcoming the Doormat Effect에서
아담 그랜트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기버가 테이커들한테 휘둘리지 않는 방법들을.
내가 처음엔 베풀어도 상태가 테이커 성향을
보이면 나도 매쳐로 전환하는 것.
모든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고 경계를 세울 것.
테이커들을 걸러낼 것 등등
매일 오가는 카풀 그룹 챗을 보면
작은 세계가 그 안에 있다.
그 세계를 보며 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나 고민한다.
내가 되고 싶은 건, Otherish giver.
개인주의적 이타주의자, 현명한 기버.
나의 필요와 타인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
그게 결국 다시 나를 돕게 될 터이니.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