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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Jan 09. 2021

식어버린 열정, '모아나'라는 자극제

모아나로 첫 글인 만큼, 영화 '모아나'에 대해 써 보기로 한다. 내가 모아나라는 별명을 사용하게 된 건 약 1년 5개월 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앞두고 한창 영어 이름 짓기에 빠져있을 때였다. "엄마, 나 영어 이름 뭐라고 할까?" 했더니 엄마가 추천해 준 영어 이름이었다. 정작 호주에서는 내 이름이 아닌 것 같아 '모아나'의 M자도 꺼내지 못했지만. 


많은 팬들을 보유한 디즈니의 히어로물 영화. 한 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 아빠도 '그냥 TV에서 나오더라'는 핑계로 두 번이나 보게 만든 영화.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평화롭던 모투누이 섬에 채집도, 낚시도 어려워지는 재앙이 찾아온다. 족장의 딸 모아나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전설 속 영웅 마우이는 비협조적으로 굴지만, 모아나는 그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한 팀이 되어 테 피티의 심장을 되돌려 놓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와이의 전설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시원시원한 영상미가 독보적이다. 물방울 하나, 모래알 하나, 모든 배경의 질감이 눈으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 정도로 애니메이션을 잘 구현했다. 디즈니 영화의 특징인 명곡 OST까지 완벽했다. 나는 이 영화를 주변 사람들보다 늦게 본 편인데, 다들 OST가 좋다고 해서 좋은 줄 알고 있었지만, 영화에 몰입해서 감상하게 된 'How Far I'll Go'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See the line where the sky meets the sea? It calls me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저 선이 보여? 날 부르고 있어 

And no one knows, how far it goes

수평선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아무도 몰라

If the wind in my sail on the sea stays behind me

만약 바다 위 보트에 바람이 불어준다면 

One day I'll know

언젠가 나도 알게 되겠지

How far I'll go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감동적인 'How Far I'll Go'지만, 나는 이렇게도 해석해 본다. '일단 가 보는 거야.'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모르지만 걱정이나 고민만 하고 있을 시간에 일단 가 보자고. 모아나가 안정적인 삶을 원했더라면 모험을 떠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모아나는 항상 섬 밖의 세상을 궁금해했고 떠나게 됐다. 섬 이상으로 바다가 궁금했던 모아나의 모험심이 그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 준 거다.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모험심처럼 현재에 안주할 수 없는 어떤 갈증이 발전의 계기가 된다. 모아나가 모험 중 테 카를 만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처럼,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마음을 열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모아나'를 보면서 그 열정을 다시 한 번 느꼈던 것 같다. 늘 같은 일, 같은 생활, 반복되는 패턴에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유. 나에게도 계속해서 다른 도전을 시도하게 만드는 열정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수일이 지나고 나서 엄마한테 다시 물었다. '모아나'를 영어 이름으로 추천해 준 이유가 있는지. 엄마는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씩씩하잖아, 너처럼." 이 간단명료한 답변이 더욱 가슴에 꽂혔다. 사실 나는 단조로운 일상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에 빠져서, 게으르고 나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지금 '씩씩하게' 살고 있는가?


'모아나'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면서 잠시 멀리했던 열정을 다시 꺼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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