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부터, 뉴욕 #7
낯선 곳에 가면
‘그냥, 괜히, 마냥’ 이라는 이름의
콩깍지가 씌는 거,
저도 다 알아요.
알고도 혹하는 거랍니다.
‘어차피, 사실은, 결국엔’이라는 이름의
분위기 깨는 현실주의 삼총사는 좀 멀리하도록 할게요.
그냥 커피 마시는 모습인데 멋지잖아요.
괜히 영수증 하나하나도 있어 보이잖아요.
마냥 바라보고 있으면 좋잖아요.
너무 파고들지 말자구요.
느껴지는 그대로
바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음미해보자구요.
매일의 보통날에도
이 마법의 콩깍지가 쓰여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난 평소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을까요?
창가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웠을까요?
스푼이 커피잔을 긁는 소리가 이렇게 편안했다구요?
벽에 비치는 그림자의 라인이 이렇게 감각적이었다구요?
내겐 이 많은 것들을 음미할
눈이 없었던 걸까요,
시간이 없었던 걸까요,
마음이 없었던 걸까요…?
그래도 이거 하난 있어서 다행이에요.
내 마음 알아주는 친구.
같이 있으면 ‘그냥’ 좋잖아요.
좋은 것도 ‘괜히’ 더 좋아 보이고
마음 놓고 ‘마냥’ 떠들 수 있잖아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게 되면
제일 먼저 친구를 찾아갈래요.
끝난 여행을 다시 음미하는 방법,
알아낸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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