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부터, 뉴욕 #12
아주 단순하게도 그래요.
눈에 보이는 게 다랍니다.
보여주는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 단순한 믿음만 있다면
우리의 상호작용은 편안해요.
얼마든지 쭉쭉 뻗어나갈 수 있죠.
당신은 나에게서 어떤 얼굴을 보았나요?
부드러운 얼굴,
단호한 얼굴,
유쾌한 얼굴,
덤덤한 얼굴.
…
내가 의도한 대로
당신에게 가 닿았기만을 바라요.
꾸며낸 얼굴은 맞지만
가짜는 아니에요.
연습한 얼굴은 맞지만
계획된 건 아니에요.
공들여 빚어낸 얼굴들,
그 위로 흐르는 웃음과 대화는
어쩌면 아름다운 작품 하나.
집에 가자마자
훌렁훌렁
그 얼굴을 벗어던진다고 해서
너무 서운해하진 말아주세요.
너무 많은 것이 흐르는
내 맨 얼굴은
누군가와 나누기엔
그냥 좀 버거워서
나 홀로 감당하고 싶은
막 아래 꼬여있는 전선들 같은 것.
그리고 그 얼굴 또한
수많은 얼굴 중 하나일 뿐.
이번 여행이 끝나면
나는 또 어떤 얼굴 하나를 갖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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