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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Jul 28. 2024

나의 첫 다큐멘터리 도전기

01. 쥐뿔도 모르면서, 다큐멘터리 

중학교 무렵부터 영화는 늘 나에게 친한 친구같은 존재였다. 

외로울 때 기댈 수 있었고, 힘들 때 도피할 수 있었으며 영화 속 도파민과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했더랬다. 


대학교 무렵 몇 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수업 과제로 단편을 찍기도 했지만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직장을 다니면서 드라마 극본 과정의 중급반까지 수료를 하고 고급반 진급을 앞두고 삶의 고단함과 주변의 눈치로 인해 스스로 길을 접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쪽으로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영화의 좋은 관객으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끔 시나리오를 적기도 했지만 실제 촬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적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없던 무언가를 재현하고 그것을 찍어내는 일은 사뭇 다르다. 한쪽은 머리 속에서 세계를 짓는 것이고 다른 쪽은 실제로 물성있는 세계를 움직이고 현현해 내는 것이다. 나는 문 밖 세계와 카메라, 붐 마이크, 장비, 편집에 대해서는 크게 아는 것이 없었다.(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으나 강렬하게 찍고자 하는 문 밖의 세계, 혹은 재현해내고 싶은 것이 절실하게 존재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내가 근무하는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이 근처 사업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갈 기회가 생겼다. 정말 뜬금없게도 나는 그 아이들이 특수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과 맞딱뜨리는 그 경계, 그순간을 기록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세상에 그 경계를 알리고 싶은 마음도 함께 생겼다.  (그러나 계획은 늘 어그러진다...)


곧바로 검색엔진에 다큐멘터리 과정을 쳐 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다큐멘터리 워크샵'이라는 것을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업시간은 워킹맘인 나에게도 안성맞춤인 토요일 일 오전. 남편의 지지만 있다면, 좋으려만 쉽지 않다. 


사실 극본을 쓰러 다닐 때도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가족들의 잔소리였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에 남는 것도 아닌 어떤 경제적 효용도 없는 것에 시간과 건강을 쏟아붓는 내가 가족들은 이해가 되질 않았던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는 '낭비'처럼 보였던 것. 그러나 나에게는 그렇기에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고 '저항'적인 행위가 되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것인가. 내가 좀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을 직감했던 걸까. 의외로 순순히 남편이 이해를 해 주었고 나는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워크샵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 첫 날.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을 먼저 도착했다.

볼펜의 끝을 씹으며 나는 초조하게 생각했다.


"정말 나 이거 해도 되는거야? 쥐뿔도 모르면서 다큐멘터리. 완성될 수 있을까?" 


그렇게 나의 첫 다큐멘터리 수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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