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좋아하는 MZ들을 위한 변명
지난 설연휴 인천공항 이용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해외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많이 들린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해외여행 좋아하는 특히 젊은 세대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MZ세대에게 피가 되는 직언을 잘하기로 유명한 한 연예인은 해외여행 가서 얻는 것이 경험이 아니고 일하면서 쌓는 것이 진짜 경험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수많은 재테크 관련 전문가들은 돈 모으는 것에 주적으로 해외여행을 꼽았고 마치 해외여행 자주 가면 노년에 빈곤할 것 같은 공포를 주었다. 결혼준비하고 집사기도 빠듯한데 해외여행 간다고 잔소리 잔소리 비난 일색이다.
물론 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해외여행 가는 것이 불법행위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도 아닌데 너무 다들 한 목소리로 비난들 하시니까 뭔가 듣기 싫다. 너무 일방향이니 나도 한 꼰대 하지만 청개구리처럼 편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다.
해외여행에 대한 비난을 살펴보자. 사람은 다 자기 경험으로 쌓은 세계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백세 시대 노년빈곤을 염려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모으는 것을 강조한다. 이에 공감하는 이들은 지금 당장은 돈 모으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돈 많이 드는 해외여행은 나중에 은퇴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을 때 간다고 미뤄둔다. 훌륭한 결심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봤던 노인들은 주로 큰 병에 걸려 마음이 크게 다친 분들이었고 그분들은 병이 나았을 때 제일 하고 싶은 것으로 해외여행을 꼽으셨다. 아니 그까짓 해외여행이 뭐라고 돈 아낀다고 꾹꾹 참다가 가슴속에 한으로까지 남을 일이야. 나는 그래서 큰돈 쓰는 것에 죄책감 느껴 갈까 말까 심하게 망설이는 분들에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때 해보시라고 추천하는 편이다.
해외여행 그까짓 거 나중에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강이 허락되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젊을 때 하는 여행과 나이들어 하는 여행이 체력과 감흥이 같을까 싶다. 물론 젊을 때 절약하고 돈 모으는 거 너무 중요하다만 자기가 스스로 모은 돈으로 해외여행에 쓰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지 모르겠다.
사실 해외여행 간다고 내세우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인 견문을 넓히러 해외여행 간다는 말은 요즘 시대엔 크게 맞지 않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르신들 눈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노는데 사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경험 핑계 대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하고 일해서 진짜 살면서 필요한 경험을 쌓으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고 충분히 일리 있다.
그런데 이 말만 보면 우리가 일하려고 태어난 존재같이 느껴진다. 일은 평생 하는 것이잖아. 어차피 평생 해야 하는 일 쉴 때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누리고 일할 때 열심히 하는 것이 생산성 면에서 나을 것 같다. 또한 한국에서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다 공감하는 바겠지만 길게 여행 갈 시간 내기 정말 힘들다. 기껏해야 여름휴가 명절연휴인데 그때는 극 성수기라 가격도 비싸고 사람도 많고 쉽지 않다. 언제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 아니다. 기회 왔을 때 잡아야지.
그렇다고 보이는 것처럼 마냥 놀러 가는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나름 배우는 것도 많고 기회도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 경험과 직접 보고 듣고 부딪히는 거랑 다른 거는 말해 뭐 해. 여행 가기 전 수많은 정보를 검색해 그 안에서 추려내고 체계화해서 전혀 낯선 공간에서 써먹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유용한 생존 기술일 수 있다.
또한 실제로 해외 유학이나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 보면 해외여행에서부터 그 동기가 시작된 케이스가 많다. 굳이 해외여행이 어학연수 유학 일 이런 테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자신의 처참한 영어 실력을 마주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어도 가치소비한 거 아닌가.
꼭 배우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잘 쉬고 기쁘게 누렸으면 그것만으로도 돈값한다고 본다. 요즘엔 평소에 열심히 일하고 일 년에 한두 번 여행 가서 확 쓰는 행태가 흔하다. 짧은 시간 확 쉬고 충전해서 그 힘으로 나머지 일 년 열심히 일한다 치면 그게 그렇게 나쁜 건가 싶다.
물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남들 다 간다니까 휩쓸려 우르르 가는 것은 안될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자신과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큰돈을 매년 지속적으로 척척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해외여행이 문제가 아니라 줏대 없는 자아를 탓해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생각만 해도 신나고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자체가 좋은 것이다. 평소에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고 돈 모아서 가자. 그리고 그렇게 행복해하는 거 뭐라 하지 말고 불법 아니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 아니면 너무 뭐라고들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