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없었어요
"절대로 못할 것 같은 일을 해내는 사람은 한층 더 강해진다."
우연히 한 문장을 마주했다.
얼마나 강해질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게 그 '절대로 못할 것 같은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떠오른 생각—얼음을 끊어보는 것.
나는 얼죽아다. 한겨울에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아아
정확히 말하면, 얼음을 정말 좋아한다.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
자취방을 구할 때 제일 먼저 알아본건 가구도 생필품도 아닌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였다.
‘얼음을 끊는 게 뭐 대단하다고’ 싶다가도,
마침 1일이었고, 별생각 없이 도전을 시작했다.
처음 일주일은 의외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워낙 속이 안 좋은 터라,
찬 음료를 끊는 게 나쁜 습관을 줄이는 것 같아
괜한 뿌듯함도 있었다.
순조롭게 이십여 일이 지났다.
그러다 미팅을 준비하다 남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아이스 히비스커스 한 잔.
컵에 맺힌 물방울을 한참 쳐다봤다.
20일 정도 참으면 한 모금정도 마셔도 되지 않을까?
퇴근 시간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두 잔 다 버렸다.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내가 얼음을 포기한 시간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얼음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 달을 채웠다!
내가 참아낸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왠지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좋아하는 걸 무한히 해본 적은 많지만,
좋아하는 걸 참아본 적이 없었다.
얼음을 포기하는 게 뭐라고,
내가 나를 더 믿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