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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Jan 18. 2021

"아이가 친구를 물었어요, 데려가세요"

우리 아이가 사람을 물었던 이유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아이가 친구를 물었어요, 데려가세요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지금 생각하면 별 거 아니지만 그 당시 난 전화 너머로 얘기를 듣자마자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이며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아이는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아이를 낳기 전 골반이 틀어져있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 틀어짐이 심해져 제대로 걷지 못할 지경이었다. 양가 부모님, 일가친척 누구 하나 양육을 도와줄 형편도 아니고, 이모님을 구하자니 두려움이 컸다. 때마침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서 오전 정도만 아이를 보내고 치료를 받을 때였다.


첫 두 달은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해서 선생님도 칭찬 일색이었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새로운 공간을 좋아했던 아이는 상담하러 간 첫날부터 어린이집을 휘젓고 다녔다. 선생님에게 덥석 다가가고 잘 안기고 새로운 장난감에 정신이 없었다. 엄마가 간다고 해도 울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아 내가 서운할 지경이었다.


아이 어린이집에서. "엄마 간다"해도 노느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서 너 달 정도 지날 때쯤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고. 심하지는 않지만 상처가 났다며 아이를 데려가라고 했다. 연신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고 아이 부모님께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안면이 없는 사이에서 어린이집에 전화번호를 묻기도 그렇고 허락 없이 전화를 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아이는 그러고도 3-4번 친구들을 물었다. 집에서도 엄마나 아빠에게 무는 행동을 보였다. 어린이집이 아닌 곳에서 친구들과 놀 때도 무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왜 이러는 걸까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관심을 받고 싶어서라고 하는데 우리 아이에 경우는 그렇게 보이지 않거든요" 어린이집을 선생님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선생님은 "글쎄요, 친구를 무는 아이가 있다는 애기는 들었지만 교사 생활 10년 만에 처음 보네요"


그러고도 선생님은 여러 번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다. 안 되겠다 싶어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었다. 엄마와 떨어져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이 아이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같은 반 학부모들은 둘째라 그런지 그럴 수 있다며 괜찮다고 했지만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공격성을 보이고 난 후 선생님 반응이었다.


당시에는 어린이집이 처음이라 선생님 말이 다 맞는 줄 알았다. 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데려가는 줄 알았다. 우리 아이 말고도 가끔은 같은 반 다른 아이도 옷을 입고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기도 했고, 다 그런 줄 알았다.


신학기 적응기간 어린이집 안전사고 1위가 물림이다.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아이가 무는 행동을 한다고 대안이 없이 매번 전화해서 데려가라고 하는 어린이집도 드물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대다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그 시기에 무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모에게 "이런 시기가 있으니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한다고 말하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차라리 선생님이 감당이 되지 않을 때는 원장님과 의논해서 가정 보육을 권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쉽게 말할 수 있는 지점은 아니지만, 당시 담임 선생님이 그 어린이집에서 가장 오래된 선생님이기 때문에 그 정도 권한은 있었을 거라 생각이 된다.


아무튼 그 당시에는 선생님 말만 듣고 나는 우리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줄 알았다. 심각했다. 심리 상담이나 센터 등에 문의를 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상담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에도 여러 군데 문의를 하고 다른 어린이집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나서야 아이들이 성장기에서 무는 행동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유가 궁금했다. 대다수 "말로 자기표현을 하면 나아지더라고요" 정도 애기는 들었는데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린이집을 안 가고 엄마가 하루 종일 집중하며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도 아이는 엄마나 아빠를 물었다.


그렇다면 엄마랑 떨어져 심리적 불안감이 주 이유는 아니었다. 종종 아이들은 좋아서 흥분하면 상대를 물 수 있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행동은 아니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공격성을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것도 딱 맞아 들어가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그저 성격이 그런 것 아니냐, 거친 아이라서 그런 거 아니겠냐는 말들을 했다.


이유를 안 건, 무는 행동이 없어지고 한참 뒤인 아이 20개월 때쯤이다. 강의를 들으며 아이를 계속 관찰한 결과였다.


우리 아이는 자기 경계가 강한 아이였다. 무는 행동을 보인 것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였던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공간적 거리의 선, 예상되지 못한 상대 행동에 방어를 한 것이다. 그래서 엄마, 아빠라고 해도 자기 경계를 들어오면 공격적인 행동을 했던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상대를 무는 것이 최선에 방어였던 것.


아이 36개월 전후 알게  사실이지만 우리 아이는 위험회피가 있는 아이였다. 이런 기질에 아이는 낯선 것에 경계가 심하고 자기가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행동에 대해 강한 방어기제를 보이게 된다. 특히, 사람에 대한 긴장도가 높다.


이 모든 것은 아이가 무는 행동을 하는 시점부터 강의를 찾아 듣고, 주변에 물어보고, 아이를 관찰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알게 된 것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 두 돌 무렵까지 아이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집안일하며 뒤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지치는데 공부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유를 알았을 때는 아이가 무는 행동을 더 이상하지 않았을 때이고. 그 기간을 통과하면서 이유도 모른 채 그런 행동을 보이면 속상해했고, 다른 아이들은 안 그러는데 왜 우리 아이만 이러지 비교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몇 달 전 '아내의 맛'에 오은영 박사가 나와 함소원 부부에 아이인 혜정이를 상담하는 내용이 있었다. 혜정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을 물었다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경계선을 침범하면 물거나 때리거나, 던지는 공격성이 나오는 것이라며 그 경계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 내가 많은 노력 뒤에 알게 된 것을 오은영 박사는 몇 분의 관찰만으로도 답변을 내줬다.


아내의 맛에서 오은영박사가 함소원 부부 아이에 대한 조언


아마 아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이 내용을 봤다면 아이에 기질에 맞춰 행동하고, 어린이집에도 이런 특성을 고려해 아이를 봐달라고 하며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웠다.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 깨졌다.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했을 때 보인 어린이집 선생님에 반응과 대응은 '국공립 어린이집이잖아, 10년이나 아이를 돌봐온 어린이집 선생님이잖아, 엄마들이 좋다고 한 어린이집이잖아' 등등에 이유를 내세우며 믿고 있었던 어떤 것도 무너지고 선생님이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며 선생님도 선생님 나름이구나 싶었다.


그 이후 담임이 바뀌고 다시 다니게 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은 이제야 물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요. 그런데 00 이는 이미 다 지나가서요, 어린이집 생활 잘하고 있어요. 친구들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괜찮냐며 다가가서 챙겨주고요, 엄마 보고 싶다고 우는 친구들을 달래줘요"라고 들었다.


오히려 이런 친구들이 자기가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생활을 잘한다고 한다. 자신에 역할을 잘 파악하고 규칙에 따른다고 한다.  


참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었는데 그때 당시에 나에겐 큰 일이었다. 몰라서다. 알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어렵게 겪은 것 같다. 종종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동생반 부모님들이 문의를 한다. "아이가 갑자기 무는 행동을 보이는데 어떻게 하죠?" "안 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친구를 때려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우리 아이에 경우를 설명하면서 아이에 따라 이유가 다 다르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몇 가지 동영상들을 보내주며 자신에 아이를 잘 관찰해보라고 권유하고는 한다.  


알고 그 시기를 보내는 것과 모르고 그 시기를 보내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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