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기자 Sep 29. 2021

아이가 엄마를 더 사랑한다

아이에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어...

어느 날, 문득 아이가 묻는다.


"엄마, 천 다음은 뭐야?"

"만, 십만..."

"그 다음은?"

"억, 조, 경? 왜?"

"그럼, 난 커서 경만큼 벌 꺼야"  

"그렇게 많이 벌어서 뭐하려고?"

"엄마 좋아하는 꽃게탕 사주려고"

"고마워... 그런데 그건 경만큼 안 벌어도 사 줄 수 있어. 어제 할머니한테 받은 용돈으로도 사 줄 수 있는데"

"그래?"


 그러더니, 할머니한테 받은 5만 원 중 만원을 꺼낸다. 몰래 내 지갑을 가져다 만 원짜리를 구겨 넣고는 "엄마, 꽃게탕 사 먹어" 이런다.


 

 내 인생에 이런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길을 가다가도 예쁜 꽃이 보이면 떨어진 것을 주워서 "엄마, 이건 선물"하며 건넨다. 맛있는 걸 먹다가도 "엄마 주려고 이건 꾹 참고 안 먹고 남겨놓았어" 그런다. 작고 어린 존재가 주는 사랑이 이렇게 클 줄이야.


 아이를 낳고 사랑을 줄 거라고만 생각했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아이가 주는 사랑이 내가 아이한테 하는 사랑보다 더 크다. 어느 날은 아이가 누워있는 나를 보며 얼굴을 쓰다듬고 이불을 덮어주고 뽀뽀를 하며 "사랑한다고" 말해 준다. 또 어느 날은 집을 나서려는 나에게 신기 편하게 내 앞으로 돌려서 신발을 가져다준다.


 아이에게 습관처럼 했던 행동을 아이가 나에게 해 줄 때마다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위로가 된다. 어떤 보상보다 크다. 이런 시기도 오는구나.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이래서 셋, 넷 낳고 사는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더더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었냐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