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르신께 수업 제안을 받았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북토크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장소가 외딴곳이어서 개인 차량으로나 오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오신 모양인데 돌아가려고 하니 차가 잡히지 않는다는 거였다.
두 분을 태워드리기로 했다. 멀고 다니기 불편한 이곳까지 북토크를 오셨다는 게 놀라웠다.
“아니, 어떻게 이 먼 곳에서 하는 북토크에 오셨어요?”
두 분은 읽기와 쓰기에 관심이 많으시다 했다.
독서 모임을 하신다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 무렵, 나는 농촌지역의 복지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몇 문장 쓰기가 힘든 어르신들을 독려하며 수업하던 중이었다.
평생 농사일에 연 필한 번 제대로 쥐어보지 못했던 그분들에 글쓰기의 문턱은 높고 높았다.
그러던 차에 두 분을 만났으니 신기할 수밖에.
자발적인 독서 모임과 글쓰기라니!
게다가 북토크까지 찾으러 오는 이 열정은 진심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
한 분은 오십이 넘어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셨다고도 했다.
가는 동안 두 분께 존경과 감탄을 전했다.
겨울 한복판의 그 짧은 만남은 내게도 큰 배움이었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지나 보다.
두 번째 만남은 초여름의 문턱에 떠난 문학기행에서였다.
충남지역의 문학관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서 두 분을 다시 만났다.
인사를 드리니, 한 분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우리 복지관에서도 수업해 주시면 안 될까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뭐라 드릴 말이 없었다. 지난 학기 어르신들과의 수업이 수월치 않았던 탓에 시니어 수업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더 좋은 강사님이 계실 텐데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헤어지며 다시 한번 부탁을 하셨다.
“꼭 수업 열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상반기 수업이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매주 수업을 다니던 도서관 옆에 노인복지관이 눈에 띄었다.
지난번 신신당부하던 어르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뭔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석연치 않음이 밀려왔다.
'그래, 내가 뭐라고!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날 문득 자석에 이끌리는 쇳가루처럼 무언가에 끌려 복지관을 찾아 면담했다.
수업 개설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쯤 방문을 통해서라도 어르신의 부탁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언젠가 다시 봬도 해 드릴 말이 있겠구나’
돌아오는 길, 모처럼 마음이 홀가분했다.
왠지 다시 만날 듯한 같은 어렴풋한 감(感)이 내리는 비 사이를 오갔다.
#시오타 치하루 Connected to the Uni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