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후 한 달이 지났다.
막상 글을 쓰려고 보니 취업 전의 나는 어떠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이전 글들을 쭉 훑어봤다. 눈 떠보니 한 달이라고 느껴질 만큼 이 생활에 푹 빠져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한창 취업을 준비하던 때에는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으니 어디든 취업만 시켜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다.
넘치는 열정과는 달리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느라 지쳐가고 있을 때쯤 연락 한통이 왔다.
“어떻게 지내니?”
처음 미국을 갈 때 공부하며 도움을 받았던 유학원의 이사님이셨다. 몇 년 만에 연락이라 놀라기도 해지만, 이끌리듯 약속을 잡고 이사님을 만나러 간 그때 내 지금 직장의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
그 당시 로펌 취업을 한창 준비하고 있던 때라, 일자리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내가 유학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제안에 자연스럽게 응하게 된 이유는 꿈의 학교에서 했던 4개월의 TA 경험 때문이었다.
물론 내 후배들이기에 더 예쁘고 귀하게 느껴졌던 것도 있었겠지만, 중고등 학생들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개인적으로도 즐겁고 좋았다. 잠깐이었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성취감도 느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냈던 기억과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사님의 제안에도 큰 고민 없이 지원하겠다고 답할 수 있었다.
이사님과의 미팅 이후로는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제안을 받은 바로 다음 주에 면접을 봤고, 같은 주 목요일부터 출근했다.
그렇게 바라고 간절할 때에는 절대 안 열리던 문이 한번 열리고 나니, 모든 것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학생으로서 수업을 받으며 가르침을 받는 것은 너무 익숙했지만, 직장인이라는 역할은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한 달이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이 있다면,
첫째로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배울 수 있다.
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 과제, 내 공부, 내 시간과 같이 ’내 거‘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특히나 유학을 하며 내 문제는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부탁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나 입사를 하고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아는 척하며 넘어가려야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내 부족함을 자꾸만 드러내는 것 같아서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모르는 것은 질문을 해야 내가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입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질문을 해도 귀찮아하지 않고 도움을 주시는 회사분들 덕분에 한 달 안에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둘째로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구분해야 한다
업무가 많은 날에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쳐내기에 급급해서 일의 전체적 흐름을 놓치기 쉽다. 구분 없이 일하며 사소한 것들만 처리하다가 정작 중요한 업무를 못하고 하루가 훌쩍 지나간 적도 있었다.
그날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업무 다이어리에 작성하고, 중요도에 따라 숫자를 매긴 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 내가 나름 터득한 업무를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방식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나름 빠트리지 않고 시간 내에 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지난 한 달간 꿈에서도 회사에 출근할 정도로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 푹 빠져서 지냈다. 그만큼 내가 진심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잠을 충분히 못 자고 식습관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면서 큰 피로감을 느꼈다. 피로감을 느끼니 업무 집중도도 떨어지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힘들어졌다.
공부를 할 때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입사 초반에는 퇴근 후 바로 침대에 눕고 싶을 만큼 빠르게 지쳤지만, 이제야 조금씩 회사생활에도 적응하며 그 안에서 나름의 삶을 찾아가는 중이다.
말 그대로 이제 한 달인데 체감상 일한 지 1년은 된 것 같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내가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업무를 찾고, 또 필요한 부분에서 항상 도움을 주시는 동료분들을 만나게 돼서 다행이다.
앞으로 다가올 날에도 지금의 열정과 힘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