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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by 브라카 Braka
“내 생각에는 마라톤이 삶에 더 가깝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넘어서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또한 마라톤은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 그 자체에 만족할 수 있다.” _ 135p.
- 찰스 핸디,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요즘 나는 책을 읽는 것에 빠져있다.


원래는 소설 중에서도 추리, 스릴러나 공포를 자주 읽었다. 그때의 나는 책은 읽기 싫은데 뭔가 읽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책 내용 중에도 가장 도파민 터지는 것을 찾았던 것 같다.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권 읽는 정도?


내가 책일기를 진짜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고 나니 취준생 때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은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침대 들어가 꼼짝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갈수록 피로감도 같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았던 것 같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 한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픽업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잠깐 책을 읽었다. 출근 전 시원하고 한적한 카페에서 숨을 고르던 그 시간이 잠깐이지만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날부터 30분 독서시간이 아침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매일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저자의 삶과 생각뿐만 아니라 내 생각도 들여다볼 수 있다. 머릿속에서만 떠다니던 (어쩌면 나도 인지하지 못했던) 생각을 책을 읽으며 현실로 꺼내온다. 그리곤 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며 나는 요즘, 또는 과거에 어떤 생각을 했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질문의 답을 얻기도 한다. 가끔은 마치 저자와 내가 함께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도 든다.




최근 찰스 핸디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를 읽으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내용 중에 황금 씨앗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황금 씨앗이란 각자가 가지고 태어난 능력을 말한다. 어릴 때는 부모와 선생이 아이가 그 씨앗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만,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는 평생 동안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찾기 위해서 스스로 힘써야 한다고 한다.


결국, 내 안의 잠재력은 누가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는 것임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생각을 하냐에 따라 황금 열매를 맺을 수도 시들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난다.


관계를 통해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두가 성숙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남의 입장을 헤아리고 사랑할 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나는 단기적으로 삶을 바라보며 남과 나를 비교하고 끝없이 미워했다. 스스로 부족한 면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삶은 긴 여정이다. 한 번의 목표 달성은 짜릿하고 기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길고 굵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 뿐만 아니라 사랑하고 돌봐야 한다.


내가 나를 돌보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남도 그만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각 분야의 성숙한 어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면을 원할 때 언제든 흡수할 수 있다. 그것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좋은 것들을 하나둘씩 내 안에 저장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나름의 열매를 맺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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