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밤이 많아졌다.
불 꺼진 방
미지근한 휴대폰 배터리 온기만이
내가 아직 이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너의 문자.
그날 이후 나는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지 못했다.’
보고 싶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너의 이름 앞에서 손끝은 멈춰버렸다.
화면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며
문자 메시지 전송 버튼 앞에서
숨을 고르는 밤들이 쌓이고 쌓였다.
‘잘 지내?’
그 짧은 세 글자를 보내기 위해
견뎌야 할 침묵과
돌아오지 않을 공백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보내지 못한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전해지지 못한 감정들은
방 안 먼지처럼 가라앉았다.
나는 너를 부르지 않으면서도 부르고 있었다.
누르지 못한 전송 버튼 위로
흘러가지 못한 안부가 지워진다.
망설임은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지금도 남아 있다.
너 없는 시간 속에서도
너에게 말을 걸었다.
곁에 없는 너를 향해 혼잣말로
안부를 묻는 밤.
끝이라는 말보다 더 두려운 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흘러가는 시간이었다.
너는 모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시간들이
너를 가장 깊이 부르고 있었다는 걸.
아무것도 보내지 못한 채
휴대폰 화면만 바라본다.
오늘도 네 이름 앞에서 멈춰 선다.
말하지 않는 건 포기해서가 아니라
아직 마음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은
오늘도 전송되지 않은 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남겨졌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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