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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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이미 떠난 사람이지만
여전히 나만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나를 비춰주던 햇살 같은 미소.
그 웃음소리가 내 안 어딘가에 머물며
나를 잊지 않았을 거란 착각을 키운다.
우리의 사랑은 완성되지 못했다.
운명이라 말하며 다가온 그녀는
우연이라 말하고 떠나가 버렸고
우연이라 여겼던 나는
사랑이라 말하며 뒤늦게 손을 뻗었다.
진심도 때를 놓치면 칼날이 된다.
다급히 쥐려는 집착은 비루한 상처만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끝내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기억은 여전히 그녀를 놓지 못했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다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기억한다고 마음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익숙했던 감정들이 가끔 그 자리를 다시 지나갈 뿐이니까.
가끔 익숙했던 기억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때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것이 이미 사랑은 아닐지라도...
솔잎향 가득한 산책로에서
함께 봤던 영화의 포스터 속에서
매일 마시는 차가운 커피의 향기 속에서
지나간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안에 머물던 그녀의 이름을 다시 떠올린다.
잘려나간 그루터기에 새겨진 나이테처럼
기억은 세월의 흔적을 닮았다.
때로는 아팠고 때로는 따뜻했던
잊히지도 외면되지도 않는 그 흔적을 이제는 받아들이려 한다.
지울 수 없는 나를 되찾기 위해서.
잊지 못한다고 사랑한다는 건 아니다.
그것은 그저 내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일 뿐이니까.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뿐이다.
머물던 마음이 스스로 나를 놓아줄 때까지...
#9
"슬픔은 멈춰 선 자리에 찾아오는거야"
#9에세이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전편을 이제 책으로 기억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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