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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2 <외로움은 나에게 돌아가는 길>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by 구정훈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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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나로 돌아가는 길>


외로움은
나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철회하는
가장 고독한 선언이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깨어나는 건
침묵 속에 웅크렸던
나의 첫 번째 목소리였다



그녀가 떠나고 없는 자리에
목소리도 향기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부재가 존재보다 더 짙게 남았다.

껍질이 벗겨진 채 드러난 감정의 내벽
손에 닿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내 안의 어떤 방
그녀의 흔적이 머물던 곳.


무심히 켠 영상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한 사람과 몇 번의 사랑
한 사람과 몇 번의 이별

서글픈 가사 한 줄이 내 안 어딘가를 파고들었다.

‘외롭다.’

사람들은 그 감정을 이렇게 말한다.
그건‘결핍’이라고…

외로움은
애써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삶의 가장 솔직한 여백이다.

나는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빌렸지만
그 사랑마저 떠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 여백, 그 빈자리에는
처음부터 나라는 존재가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외로움을 없애준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내 안의 나를 또렷하게 비춰주던 사람이었다.

따뜻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전보다 더 깊은 공허가 남았다.

나는 그 허무한 시간들을 견디며
차오르는 감정에 ‘나’리는 이름을 붙였다.

외로움은 나를 잃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했던
내 삶의 정거장이었다.

비어 있는 정거장.
아무도 없는 그곳에
매일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존재는
외로움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

외로움은
누군가의 빈자리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빈자리에서 내 존재를
더 선명하게 새기는 일이었다.

그 여백에
나는 나를 다시 채운다.

아주 조금씩
더욱 선명하게.


#9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으면 했던 그 문장. 지금 당신의 곁에 머물러줄 문장들이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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