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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4 <가장 가까웠던 가장 먼 순간>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by 구정훈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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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웠던 가장 먼 순간>


이별은 그녀의 시선에서 해방된 내가
마침내 ‘내가 되어야 할 나’와 마주 서는 문턱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구원하려 했지만
결국은 각자의 불안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책임지는 척하는 얼굴과
다정한 척하는 말투 속에
진심은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남은 건
사랑의 기억을 흉내 내는
익숙한 습관뿐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말에 기대지 않았다.


대화는 습관이 되었고
침묵은 감정을 가리는 장막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 말 없는 그 침묵 위에
우리는 '이별'이라는 진단서를 내려놓았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 식지 않은 찻잔 두 개가
서로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지만
머물러 있던 건 찻잔뿐이었다.


사랑이 식어가는 자리엔
언제나 외로움보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순간이 먼저 찾아온다.


그녀의 무관심 속에서
나는 얼마나 오래
나를 잃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별은
관계의 소멸이 아니라
내 존재의 기원을 되묻는 시작이었다.


그녀가 떠난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 속 그림자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서사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비로소 자신을 이해할 준비를 한다.


나는 묻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외면했고
무엇을 말하지 못했고
무엇을 끝내 품으려 했었는지를.


그 모든 질문들이 새벽안개처럼 천천히 나를 감쌌다.


그 질문 앞에 멈춰 섰을 때
사랑이 멀어지는 그 순간이
나에게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으로 다가왔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시작하는
존재의 서막이었다.


#9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으면 했던 그 문장. 지금 당신의 곁에 머물러줄 문장들이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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