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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 스톤 킬링 트랙 Part.1

시대순으로 정리한 슬라이 스톤의 명곡들

by 염동교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리더이자 대중음악사의 천재 슬라이 스톤이 떠난 후 동료 예술가들의 추모가 쏟아져 내렸다. “Processing (심적 회복 중)”이란 짧고 굵은 메시지로 애증과 그리움을 표한 펑카델릭 / 팔러먼트 수장 조지 클린턴과 2025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 Sly Lives! >를 연출한 더 루츠 출신 드러머 퀘스트러브의 장문 추도사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소울 훵크의 선구자(Trailblazer)를 애도했다. 흥미로운 건 드넓은 범주. 흑과 백을 혼합한 슬라이답게 인종과 장르를 막론하고 다채로운 뮤지션이 그로부터 흡수한 영감을 SNS 지면에 공유했다. 사이키델릭 소울의 입지전적인 인물인 슬라이 스톤과 그의 밴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명곡을 통해 그의 입지전적 음악 세계를 돌아보자. 시대순으로 열다섯 곡을 준비했다.


Underdog (1967) / A Whole New World
차트인 불발의 아쉬움에도 결코 ‘Underdog’의 가치는 퇴색지 않는다. 42년 후 싱글 발매된 영국 록밴드 카사비안의 동명곡과도 “사이키델리아” 측면에서 상통하는 밴드의 최초 싱글은 흑백의 균형추에서 외려 백에 더 쏠린듯 뵈는 호방한 사이키델릭 록. 확실히 슬라이 스톤은 샌프란시스코 사이키델릭 / 애시드 록 향한 관심이 지대했다. 히피 여제 그레이스 슬릭과 협업했을 정도니 말 다 했다.


걸그룹 엔믹스 ‘Young, dumb, stupid’가 샘플링하는 등 여러모로 친숙한 프랑스 동요 ‘Frère Jacques’를 단조로 어둡게 풀어낸 이 곡은 데뷔작 < A Whole New World >의 제목처럼 사이키델릭 소울의 신작로를 열었다. 마치 수미쌍관을 이루듯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 ‘Dog’인 점도 흥미롭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L9K4Ml0JU


Dance to the Music (1967) / A Whole New World
“음악에 맞춰 함께 춤춰요”라는 간명한 손 내밂은 “화합과 포용”이란 대명제의 예고편과도 같았다. 비틀스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와 지미 헨드릭스와 도어즈의 데뷔작 등 록계 가장 상징적인 해인 1967년,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은 사이키델릭 소울과 프로그레시브 펑크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제리 마티니(색소폰)와 신시아 로빈슨(트럼펫)의 혼섹션, 슬라이의 가스펠풍 오르간과 그렉 에리코의 쫀득한 드럼,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까지 더해져 첫 히트곡이 곧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빌보드 8위의 상업적 성과와 장르의 청사진 제공 등 초기 대표곡으로 불리기 모자람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2PNlhvy8E


Life (1968) / Life

빌보드 싱글차트 93위에 그쳤지만 < Life >의 표제곡 ‘Life’는 가치 있다. 귀염뽀짝한 도입부 건반과 웃음소리, 브라스의 흥겨운 곡조와 “구름 위로 한동안 떠다녀도 돼요(Past the clouds, You don’t have to come down)” 모두 삶의 낙관성이 드러나며 해당 주제 의식 덕에 라이브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폭발적인 오프닝 트랙 ‘Dynamite!’와 1970년 컴필레이션 < Greatest Hits >에 수록된 ‘Fun’을 주목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Life’ 7인치 싱글 B면으로 발매된 'M'Lady'가 놀랍다. "덤덤덤덤"으로 시작하는 인트로부터 "My Lady"란 코러스파트, 간결하지만 캐치한 기타 리프까지 흥겨움으로 가득찼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ISzuhyaMk


Everyday People (1968) / Stand!
‘Life’와 불과 몇 개월 터울로 세상에 나온 ‘Everyday People’은 정직한 리듬과 대중적인 선율로 밴드에 첫 넘버원을 안겨줬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피부색과 계층 무관 다 같은 사람임을 강변하며 그룹의 하모니가 돋보인다. 그레함 센트럴 스테이션을 이끌만큼 재능 넘치는 베이스 기타리스트 래리 그레이엄의 슬랩과 신시아 로빈슨의 동요풍 가창 등 2분대 짧은 러닝타임이 알차다. 14분 규모의 장대한 잼 넘버 ‘Sex machine’의 공존이 < Stand! >의 도전 정신과 균형감을 나타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YUUhDoCx8zc


Stand! (1969) / Stand!

"우리 모두 함께 일어설" 것을 강권하나 결코 강압적이지 않고 따뜻하다. 공동체 의식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강조한 이 곡은 당대 상업적 성과(빌보드 싱글차트 22위)와 후대의 역사적 평가(롤링스톤 선정 500대 명곡 241위)로 대표곡 지위를 공고히 했다. 적재적소를 찌르는 프레디 스톤의 기타 플레잉과 친여동생 벳 스톤이 소속한 리틀 시스터의 코러스 보컬이 빛나는 'Stand!'는 솔로몬 버크와 로니 스미스, 잭슨 파이브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49vjFN6Fsw


Hot in the Summertime (1969) / Greatest Hits

올해 여름엔 이 노래가 더 높고 넓게 울려 퍼지지 않을까? 밴드의 시즌송 ‘Hot in the summertime’은 빌보드 싱글차트 2위, 1969년 가장 많이 팔린 싱글 7위로 효자곡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감칠맛 나는 하모니가 비치 보이스를 상기하는 이 곡은 흥미롭게도 그들에 의해 1992년 포함되었다. 반복적인 피아노 리듬과 브라스, 현악기들이 절묘하게 스며든 이 곡에서 슬라이의 편곡 솜씨는 놀랍다. 공교롭게도 비치 보이스가 1992년 음반 < Summer in Paradise >에서 이 곡을 커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PorZjHMbY


Thank You (Falettinme Be Mice Elf Agin) (1969) / Greatest Hits

패밀리 스톤의 입문작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1970년 작 < Greatest Hits >는 단순한 히트 모음집으로 스킵해버리면 곤란하다. < Dance To The Music >(1968)과 < Life >(1968), < Stand! >(1969) 등 1960년대 말 히트곡을 끌어모았지만 음반에 추가된 신곡이 하나같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상기한 썸머 앤썸 ‘Hot in the summertime’ 슬라이의 슬로건과도 같았던 나긋나긋한 ‘Everybody is a star’와 함께 싱글컷된 ‘Thank you (falettinme be mice elf again)’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위대함이 부각된다.


“악마를 봐요, 그의 총을 바라보며 웃고 있잖아요,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하고 난 이내 달리고 있었죠” 같은 영화적 가사로 시작하는 이 곡의 백미는 시종일관 반복되는 기타리프. 쫀득함과 댐핑감의 극치를 달리는 이 요물에 곡의 다이나믹스는 대번 업그레이드되며 “Thank you for letting me be myself again”와 시너지를 낸다. 자넷 잭슨의 1989년 명곡 ‘Rhythm Nation’이 이 곡을 샘플링했으며 하워드 디보토가 이끌었던 아트 펑크(Art Punk) 밴드 매거진도 기묘한 포스트 펑크로 이 곡을 재해석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Oa5UOHdwnc


I Want to Take You Higher (1969) / Stand!
트랙의 순도와 대중성으로 따지면 레드 제플린이 첫 앨범을 낳았던 1969년 작 < Stand! >는 디스코그래피 최상단에 으뜸간다. 1970년 싱글로 발매된 ‘I want to take you higher’는 의외로(?) 38위에 그쳤으나 그 상징성은 숫자로 가늠키 어렵다. 깊은 의미를 내포한 여타 트랙과 달리 순수한 즐거움에 집중한 이 곡은 마약과 술 아니어도 “뿅 갈 수 있음을(high)”을 입증한다. 프레디 스톤의 기타와 상승곡선 그리는 혼섹션은 이 곡이 안 끝났으면 하는 바램을 들게 한다. 헤드셋으로 들으면 왼쪽 오른쪽 소리가 번갈아 나오는 특이한 경험도 맛볼 수 있다. 인순이의 2004년 음반 < A To Z > 수록곡 'Higher'도 이 곡의 리메이크나 다름 없다. 흥미롭게도 1969년 3월엔 'Stand!'의 B면으로, 1970년대는 A면으로 싱글 발매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_xmmllf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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