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킨텍스에서 2025년 7월 23일에 열린 프레드 어게인 첫 내한공연
2024년 그래미 최우수 전자음악 후보는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신인상에도 노미네이션된 프레드 어게인이 진행형 거장 스크릴렉스와 합작한 ‘Rumble’로 수상에 성공했고 디 엑스엑스에서 활동했던 로미와 함께한 ‘Strong’으로 해당 부문 후보에도 올랐던 것. 에이펙스 트윈의 ‘Blackbox Life Recorder 21F’와 디스클로저의 ‘Higher Than Ever Before’ 등 면면이 화려했던 2024년 66회 그래미 시상식 최우수 전자음악 부문은 훗날에도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프레드 어게인은 비교적 최근 알게 된 뮤지션이다. ‘ten’이나 'place to be’의 마성과 위력을 알지만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으로 공연장 배정되었을 때 내심 “관중이 많이 찰까?”우려했다. 물론 그는 후지록 페스티벌 2025의 첫째날 헤드라이너로 설만큼 매우 잘나간다. 단지 내가 그 진가를 덜 알았을 뿐.
그의 손길은 지난 몇 년의 주요 댄스 트랙에 골고루 퍼져 있었고 예상 셋리스트를 들을 때마다 왜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짐작하게 되었다. 공연을 향한 기대감도 절로 높아졌다. 또렷한 기승전결로 흥분감을 고조하는 구성미와 팝적인 매력을 갖춘 하우스는 그를 메이저 뮤지션으로 격상시켜주었지만 팬들은 무릇 진지한 사운드스케이프와 탐구열, 실험성을 사랑한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네…” “내 이름은 프레드”같은 귀염뽀짝한 자막에서 순수성을 감지했다.
피처링 보컬리스트 엘리 두헤(Elley Duhé)의 간드러지는 가창이 인상적인 ‘Jungle’과 스크릴렉스의 곡으로도 잘 알려진 ‘Rumble’, 67회 그래미 최우스 댄스/전자음악 레코딩 부문 후보에 오른 ‘leavemealone’까지 속도감있는 트랙으로 압박하더니 칠(Chill)한 ‘Angie (I’ve been lost)로 완급 조절까지 도모했다. ‘adore u’ 속 묘한 이국적 느낌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공연의 한 축을 맡은 토니 프렌드 쪽 스크린에 피처링 가수를 띄우는 방식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일상적이었는데, 일상생활에서 편안한 자세로 부르는 가창과 콘서트장의 현란한 조명과 디제잉을 병치한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특정 인물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잘게 자르고 이어붙여 극적인 구성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place to be’에서 등장한 앤더슨 팩의 화면 속 모습도 반가웠다. 매일 적은 일기를 관객과 공유하는 듯한 내밀함과 일상성이었다.
음악적 능력 자체도 명불허전이었다. 골자인 디제잉과 믹싱 이외에도 빨간 조명 아래 폭발적인 드럼 연주와 종반부 ‘Billie (loving arms)’에서의 보드라운 건반 등 생악기도 아울렀다. ‘Billie’에선 관중들의 후렴구 합창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밴드 음악에 익숙한 청자들 입장에서 디제이를 향해 흔히 갖는 “기계로 음악하는 사람들”같은 터무니없는 의문부호마저 지워버리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퍼포먼스였다. 특히 리듬을 미친듯이 쪼아대고 쪼개대는 Maschine Plus와 Akai MPC Live II 같은 컨트롤러, 샘플러 운용이 돋보였다.
딱히 약점이 없는 육각형 커다란 미드필더 느낌이랄까? 셋리를 통해 가졌던 기대감을 유감없이 만족감으로 변환해준 85분이었다. 작년 제이미 엑스엑스와는 또다른 감흥과 감탄. 하우스와 개러지 가리지 않고 잘 하지만 팝적인 감수성도 출중한 덕에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훅을 다수 생산했다. 이번 단독 콘서트를 통해 왜 그가 2020년대 가장 주목받는 전자음악가인지 실감했다. 제이미 엑스엑스와 프레드 어게인, 제임스 블레이크까지 왔으니 플로팅 포인츠가 올 차례 아닐까 라는 기대까지 들끓는다.
p.s. 호불호 갈리는 브라이언 이노와의 합작품 < Secret Life >을 들어본다. 전자음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두 사람이 과연 어떠한 무아경을 형성했는지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