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헤드라이너 장식한 스웨이드
2024년 8월 23일 KBS아레나에서 열린 스웨이드의 단독 공연을 잊지 못한다. 나로선 이 독보적 개성의 “브릿팝 4대천왕”의 일원과 처음 만난 순간이라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약 13개월만에 그들을 다시 만났다. 서울에서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바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고 워낙 여러 일이 많았지만 브랫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피곤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80분간의 압축된 셋에서 이들은 과거 유산과 현재 진행을 고루 아울렀다. 2025년 9월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보 < Antidepressants >의 ‘Disintegerate’를 비롯해 10년 미만 작품들과 1990년대 클래식을 아울렀다. 코멘트를 최소화한 채 음악에 집중했지만, 수차례 “Busan”과 “South Korea”를 외치며 관중들과 친밀도를 쌓았다.
약간의 음 이탈이 난 ‘She Leads Me On’과 스톤스의 ‘Satisfaction’을 연상하게 하는 ‘Can’t Get Enough’, “I Want to Be Dancing with the South Koreans”로 즉흥 개사한 < Antidepressants > 두 번째 트랙 ‘Dancing with the Europeans’ 모두 "브릿팝 아이콘" 열정의 산물이었다.
무대 중앙 위치한 작은 연단 위아래로 폴짝 뛰고 도대체 길이가 얼마인지 상상도 안 되는 줄 마이크를 빙빙 돌리고 요염한 춤사위를 펼치는 등 “시어트리컬 록 밴드”의 일원이자 “위대한 쇼맨”으로서의 강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몇 달 전 인천 펜타포트에서의 펄프 자비스 코커와도 일맥상통했다. 두 사람은 과연 어떤 인연을 갖고 있을런지 궁금해졌다.
스웨이드의 음악은 관능적이다. 문학적이면서도 종종 직설적이고 엉뚱한 가사와 브랫의 퇴폐미, 번쩍거리고 기름진 기타 리프는 소위 4대 브릿파 밴드 중 가장 데이비드 보위의 글램 록 키워드와 가깝다. Animal Nitrate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시각적 육욕(肉慾)과 쇼비즈니스의 생리와 쾌락주의를 드리운 ‘Animal Nitrate’와 ‘Filmstar’가 이런 정체성을 집약했다.
모델 같은 기럭지로 리듬 기타를 연주하다가 더러 키보드 앞에 앉은 닐 코들링과 스웨이드의 시그니처라고 할 만한 기타 리프를 연주한 천재 기타리스트 리처드 오크스는 이제는 버나드 버틀러의 그림자를 지우고 스웨이드 기타의 동의어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작들의 리듬을 책임져온 맷 오스먼(베이스)-사이먼 길버트(드럼) 듀오도 든든했다.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DM을 보내온 지인과 근황 보고를 위해 직접 카톡으로 전달한 영상을 보고 반응한 캐나다 친구, 공연 직후 만난 음악 유튜버 모두 하나같이 “관중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란 이야기를 공유했다. 가사는 조금 서툴러도 ‘Beautiful Ones’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나나나”를 외친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신보 영국 앨범 차트 2위를 비롯해, 늘 높은 상업적 성과를 거둔 스웨이드의 저력이기도 했다.
“Today she’s been walking, she’s been talking, she’s been smoking”이란 구절이 유달리 가슴에 와닿은 앙코르 ‘Saturday Night’까지 스웨이드의 2025 부락 첫날 헤드라이닝은 펄프의 펜타포트, 향후 예정된 오아시스의 10월 내한 콘서트와 더불어 “2025년과 브릿팝 그리고 한국”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