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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락페스티벌 2025 이모저모 3편

윤수일밴드 비롯한 베스트 퍼포먼스

by 염동교

각 요일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건 헤드라이너지만 이외에도 축제를 형성하는 다채로운 무대들이 관중을 즐겁게 한다. 메인에 해당하는 삼락 스테이지를 비롯, 신인 밴드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히든 스테이지와 멀찍이 떨어져있어 부락의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리버 스테이지까지 헤드라이너 이외의 빛나는 순간을 추려봤다.


윤수일밴드(토요일)
산울림의 전설을 잇는 김창완밴드와 45주년 기념앨범 < 너는 어디에 >로 건재함을 알린 김수철처럼 대중가요 거장들이 속속이 대형 페스티벌에서 활약중이다. 2025년 부산락페스티벌 2일차 삼락 스테이지 서브헤드라이너로 출연한 윤수일은 그의 “음악 친구”들과 더불어 윤수일밴드의 기량을 한껏 표출했다.


전통가요와 고고리듬의 로큰롤을 결합해 1980년대 가요를 수식하는 장르로 떠오른 트로트고고. 그 중심엔 “혼혈아” 윤수일이 있었다. 당시로선 여러모로 녹록지 않은 배경임에도 트로트고고 스타일에 탁월한 음악성과 대중성, 수려한 외모로 시대를 호령했다. 윤수일의 미덕은 아직까지 작곡하고 아직까지 음반을 내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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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 < 우리들의 이야기 >에서 연주한 ‘꿈인지 생신지’와 ‘살아있다는 것으로’ 두 곡엔 윤수일 표 생생한 선율이 살아있었다. 결코 어렵게 써 내려가지 않은 삶에 대한 일흔하나 음악가의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엄연한 현재진행형 음악가임을 드러낸 멋진 순간이었다.


시티팝 원류로 꼽히는 세련된 ‘아름다워’로 세련미를 드리운 그는 “평화”와 “화합”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록 페스티벌과 참 잘 어울리는 존 레넌의 ‘Imagine’을 읊조렸다. 윤수일의 ‘Radio Love’란 곡에서도 “별 뜨는 창가에 앉아 둘이 같이 듣던 / Beatles Hey Jude Yesterday”란 구절이 있다. 바로 지난 주말인 9월 20일과 21일 전인권도 “들국화, 전인권 40주년 콘서트”에서 이 곡을 불렀다고 하니 레넌과 이매진의 영향력이 가요계 거장들에게도 매우 컸다는 방증이다.



윤수일은 완연한 록커다. 블루스-하드록의 거칠고 호방한 풍모에 연주 중심의 잼(Jam) 성격까지 드리운 ‘떠나지마’와 어딘지 모르게 토속적이면서도 영미권 로큰롤에 밀리지 않는 ‘제2의 고향’에서 “음악 친구”들의 연주력이 돋보였다. 대표곡 ‘황홀한 고백’과 ‘아파트’도 하드록으로 편곡해 젊은 밴드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력한 소리를 분출했다. 코러스에선 로제와 브루노마스의 ‘아파트’를 살짝 끼워넣은 점도 재미났다.


국카스텐(일요일)

특별할 건 없지만 27일 28일 연속 한국에서 공연을 가진 뮤즈와 국카스텐이 여러 공통분모를 생각했다. 이펙트 잔뜩 먹인 기타를 위시한 환각적이고 착란적인 싸이키델릭. 고전적 의미에선 조금 벗어나 있지만 메인스트림과 프로그레시브 록의 교집합, 기타와 보컬에 두루 출중한 프론트퍼슨. 현학적이지만 종종 정치적이고 투쟁저긴 노랫말. 2009년에 ‘Uprising’과 ‘거울’이 함께 나왔고.

실리카겔이나 잔나비, 데이식스 등의 전성기에 살짝 잊고(?) 있던 국카스텐의 위력을 재확인한 시간. ‘거울’이 나왔을 때 얼마나 센세이션이었는가? 이번 부락에서 비트겐슈타인(신해철)의 ‘오버액션맨’을 상기하는 ‘OVERMAN’과 타이틀 곡 ‘Roller’같은 신보 < AURAM > 수록곡을 선보였다. 최근 3집을 정주행했고, 국악과 레게 등 다채로운 스타일을 느꼈다. 3집까지 긴 시간이 걸릴만큼 밴드의 노하우와 실험성을 총동원했다. 앞으로의 공연에선 좀 더 다양한 < AURAM > 수록 트랙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밖에도 히든 스테이지에서 고등학생들과 산울림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여주한 카더가든과 고영배의 능란한 진행과 대중적인 곡조가 돋보였던 리버 스테이지의 소란이 스테이지별 매력도를 높였다. 멜론 핫100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Drowning’의 주인공 우즈도 헤드라이너급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아이돌 등용문인 오디션 프로그램 < 프로듀스 X 101 > 출신으로 록페에 탑승한 우즈는 뛰어난 용모와 귀가 찢어질 듯 쨍한 고음으로 로커의 정체성을 다졌다. 40년 전통의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에게선 연륜과 공력을 감지했다. 2026년의 라인업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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