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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두 음악인이여, 하늘에서 평안을

탁월한 연주자이자 음악인이었던 앤서니 잭슨과 클라우스 돌딩거

by 염동교

록밴드 키스의 에이스 프레일리, 무디 블루스의 존 로지, 수퍼트램프의 릭 데이비스 등 록 레전드의 연이은 부고 가운데 최근 재즈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두 연주자가 이승에 작별을 고했다.


우선 1952년생으로 일흔셋 나이에 작고한 앤서니 잭슨. 탁월한 기량의 베이시스트에게 거장 론 카터와 특급 드러머 스티브 개드가 추모 인사를 남겼다. 스티브 페로네(Steve Ferrone)와 해미시 스튜어트(Hamish Stuart)와 협연한 1988년 작 < Easy Pieces > 비롯해 몇 작품 빼곤 리더작이 드물지만 조력자로도 충분히 훌륭한 여정이었다.


네오 소울 뮤지션 윌 다우닝(Will Downing)과 ‘Say You Love Me’의 명품 알앤비 보컬리스트 패티 오스틴, 훵크의 여왕(Queen of Funk) 샤카 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협업에 주력했고 특히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라틴 재즈 뮤지션 미셸 카밀로와 깊은 음악적 우정을 쌓았다. 지금 글을 쓰며 카밀로의 1993년 작 < rendezvous >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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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디 메올라 & 앤서니 잭슨


재즈 기타계의 리빙 레전드 알 디 메올라와 상당히 많은 음반에 공헌했다는 점도 놀라웠다. 최근 공연을 관람하고 직접 싸인까지 받은 메올라의 < Land of the Midnight Sun >(1976)과 대표작 < Elegant Gypsy >(1977), < Casino >(1978)에도 참여했으니 든든한 오른팔이었던 셈. 마찬가지로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한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과도 1991년 작 < Odds or Evens >를 비롯해 석 장을 함께했으니 이쯤 되면 왜 이 사람의 존재를 지금껏 몰랐는지 신기할 정도다.


2025년 작 < Electrifying Piano >과 공연 등 최근 몇 년 간 앤서니와 긴밀하게 교류했던 일본의 재즈 천재 히로미는 그와 함께 했던 여러 사진을 첨부한 장문의 게시글로 고인을 추억했다. 공연장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최선을 다해 역량을 쏟아붓는 헌신과 프로페셔널리즘, 악기를 무척이나 꼼꼼하게 닦는데서 베이스기타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다시금 “콘트라베이스 기타의 앤서니 잭슨입니다!”라며 소개하고싶다 라는 대목에선 괜히 나또한 가슴이 뭉클해졌다.


본인이 직접 “일렉트릭 콘트라베이스 기타”라고 부른 6현 베이스의 장인이자 빛나는 조연으로 수많은 명반에 일조한 앤서니 잭슨은 동료 음악인들이 존경해 마지 않은 진정한음악인이었다.


색소폰을 주력으로 일렉트릭 피아노와 전자 관악기 리리콘(Lyricon)까지 다루는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 클라우스 돌딩거. 독일 출신 팔방미인은 퓨전 재즈 밴드 패스포트의 리더였다. 아예 클라우스 돌딩거의 패스포트라는 이름도 붙을 만큼 작곡과 제작을 겸하는 밴드의 알파이자 오메가.


후술할 패스포트 이외에 영화 음악가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대표적으론 국내에도 < 전함 유보트 >로 잘 알려진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 전함 유보트 >와 동화적 분위기의 < 네버엔딩 스토리 > 스코어가 있다. 디스코 화신 조르지오 모로더가 작곡하고 뉴웨이브 밴드 카자구구의 프론트퍼슨 리말(Limahl)이 노래한 주제가가 < 네버엔딩 스토리 > 사운드트랙 대부분의 영광을 가져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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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설적인 가수 우도 린덴버그가 초기 드럼연주자로도 참여한 패스포트는 퓨전 재즈 입문 밴드로 좋을 만큼 친근하고 대중적인 멜로디를 자랑한다. 1971년 < Passport >부터 2020년 < Motherhood >에 이르기까지 서른 장이 넘는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한 명실상부 독일 국가대표 퓨전 재즈 그룹이라 칭할만하다.


돌딩거의 타계 소식을 접하자마자 패스포트의 LP가 생각났다. (아마도) 회현 지하상가에서 1만 원어치 내외로 구매했을 낡은 중고 음반 몇 장. 어지러운 벽장에서 금방 < Cross-Collateral >(1975)와 < Oceanliner >(1980)가 발견된다. 정말 오랜만에 플레이한 < Oceanliner >의 오프너 ‘Departure’를 듣자마자 “아 이 멜로디!” 반가움이 밀려왔다. 역시 음악은 추억을 타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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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생으로 더스틴 호프만, 잭 니콜슨 같은 1937년생 할리우드 명배우보다도 한 살 형이니 장수했다. 패스포트의 리더로, 영화음악과 텔레비전 음악 작곡가로 숱한 상을 휩쓸며 경력을 쌓아온 그의 인생엔 축복과 영광이 가득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m5Cwwpbzj8&list=RDLm5Cwwpbzj8&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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